LG그룹이 발광다이오드(LED)조명 사업을 LG전자로 통합하는 것은 조명 모듈부터 완제품에 이르기까지 공급망관리(SCM) 체계를 갖춰 시장 선점에 나서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내년부터는 세계적으로 전통 조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국내에서는 중소기업적합업종 품목에서 LED조명 상당수가 제외될 것으로 예상돼 조명 시장 활황이 기대된다.
이에 따라 LED 사업에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했던 삼성과 LG의 다음 행보가 비교되면서 업계 내외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LG그룹은 LG전자를 중심으로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사업을 재편하면서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반면에 삼성전자는 최근 LED 사업 지속여부까지도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내부 소식에 정통한 업계의 한 전문가는 “LED 사업을 접는지 마는지를 고민하고 있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8인치 갈륨나이트라이드(GaN) 온 실리콘웨이퍼 기반 LED 칩 개발 전략을 선회해 4인치 GaN온실리콘 기술을 개발 중이다. 사파이어 기판 LED로는 기술·가격 경쟁력 확보가 용이하지 않은데다 전통적인 반도체 기술력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일본 스미토모화학과 사파이어 잉곳 합작사인 SSLM 지분 정리를 결정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가격 경쟁력을 조기에 끌어올릴 수 있는지가 LED 사업의 운명을 판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만 에피스타가 대대적인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불리고 있고, 일본 샤프·도요타고세이, 필립스, 오스람 등도 내년 증설 투자에 나설 계획이어서 삼성전자도 추가 투자 여부를 판단해야 할 시점이다. 서울반도체 역시 내년 LED 패키지 수요 확대가 예상돼 소폭이지만 증설 투자를 예고했다. 중국의 투자 동향도 변수다.
삼성전자가 소비자가전(CE) 사업부로 이관시킨 LED 조명 완제품·모듈 사업도 기로에 섰다. 국내 조명 제작 기술은 전통 조명 업체인 오스람·필립스에 뒤처진다. 국내 협력사에 외주 가공을 맡겨 양산할 수 있는 공급망관리(SCM)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LG그룹이 조명 사업과 유사한 TV 협력사들을 지분 투자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관리해온 데 비해 삼성전자는 TV 부품 공급망(SCM) 중심이 중국으로 이동하면서 국내 협력사 경쟁력이 약해졌다. 태산LCD, 이라이콤, BK E&T 등 SCM의 주요 협력사 체제가 약해졌다. LED 모듈 제조뿐만 아니라 칩·패키지 역시 최대 수요처인 백라이트유닛(BLU) 내부 시장(캡티브 마켓)이 무너진 삼성전자로서는 앞날을 장담하기 어렵다.
그룹 전체 조직 개편 방향도 삼성 LED 사업에서는 변수다. 올해 들어 삼성 그룹은 매출총이익률이 40%를 넘기지 못하는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는 상황이다.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정리하고 핵심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의 일환이다.
업계 관계자는 “LED 조명이 신수종사업으로서 매력이 있는지는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이면 판가름날 것”이라면서 “LG전자의 이 같은 행보는 시장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선제적 조치를 취한 것”으로 분석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