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강국 한국, 사실은 익스플로러 종속국

“한국은 디지털 혁신으로 유명하지만 인터넷 익스플로러 종속성이 심하다. 크롬이나 사파리 같은 브라우저로는 홈쇼핑이나 은행 거래를 할 수 없다. 14년 된 낡은 보안 법규가 한국을 인터넷 익스플로러 최대 사용국 중 한 곳으로 만들었다.”

6일 워싱턴포스트가 게재한 기사의 핵심 내용이다. 이 신문은 웹 트래픽 분석 업체 스탯카운더 보고서를 인용해 한국 인터넷 사이트 75%가 인터넷 익스플로러에 맞춰 개발됐다고 보도했다.

다른 브라우저를 쓰면 사이트 접속이 어렵거나 사용에 제한을 받는다는 얘기다.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쓸 수 없는 맥으로 온라인 결제를 하려면 PC방으로 달려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회사 PC나 호텔 비즈니스 센터를 사용해야 한다. 워싱턴포스트는 일부 사용자는 비용을 결제할 때가 되면 낡은 PC를 켠다고 비꼬았다.

워싱턴포스트는 한국의 현실이 세계적 흐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1990년대 개발된 인터넷 익스플로러는 크롬과 파이어폭스, 사파리 등 다른 브라우저 때문에 급격히 점유율이 떨어지는 추세다. 모바일 기기 확산이 이를 부채질한다.

한국의 인터넷 익스플로러 종속성이 심한 이유는 오래된 법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1990년대 후반 인터넷 확산과 함께 금융 거래 보안 우려가 커지면서 한국은 공인인증서 사용을 핵심으로 하는 전자서명법을 제정했다. 문제는 공인인증서가 액티브X처럼 특정 기술이 있어야만 사용 가능하다는 데 있다. 다른 브라우저는 액티브X가 필요 없다. 액티브X는 개발사 마이크로소프트조차 보안성이 취약하다고 인정하는 등 문제가 적지 않다.

워싱턴포스트는 “대다수 전문가는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한국을 보안에 취약하게 만든다고 지적한다”며 “많은 한국인이 불만을 느끼지만 정부와 금융기관이 현 체계를 고수하고 있어 변화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했다.

한국 브라우저 점유율(2013년 8월 기준, 단위:%)

자료:스탯카운더

인터넷 강국 한국, 사실은 익스플로러 종속국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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