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후방산업 재편 불가피
삼성전자가 보급형 스마트폰에 하이브리드 커버유리 일체형(G1F) 터치스크린패널(TSP)을 적용하는 기존 전략을 전면 재검토한다. 필름타입(GFF) TSP보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협력사들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에 G1F, G2 TSP를 공급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업체들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최근 G1F TSP를 적용한 보급형 스마트폰 개발 프로젝트를 대거 중단했다. 올해 하반기까지 G1F TSP 일부 물량을 공급받고 내년부터 GFF TSP 중심으로 조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1】삼성전자는 3년 전 G1F TSP를 웨이브 등 스마트폰에 적용했지만, 수율·조달 문제로 포기했다. 지난해 말 보급형 스마트폰에 쓰기 위해 다시 G1F TSP 공급망(SCM)을 구축했다. 두 번이나 G1F TSP를 포기하는 셈이다.
G1F는 커버유리에 하나의 센서층을 형성해 두 장의 인듐주석산화물(ITO)필름을 쓰는 GFF보다 투과율을 높이고 두께를 줄인 기술이다. 당초 GFF보다 가격 경쟁력이 높을 것으로 보고 개발했지만, ITO 필름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장점이 없어졌다. 공정 기술이 까다로워 양산성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스마트폰 시장 무게 축이 보급형으로 이동한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가격 경쟁력이 뒤처지는 G1F TSP를 쓸 이유가 없어진 셈이다.
조달 불안도 G1F TSP를 포기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멜파스로부터 월 600만개까지 G1F TSP를 공급받았지만, 다른 협력사를 찾지 못해 골머리를 앓았다. 네패스디스플레이가 월 100만개의 G1F TSP 생산능력을 확보했지만, 수율 문제로 공급난을 겪었다. 대만 영패스트가 일부 물량을 공급했으나, 안정적인 조달 체계를 맞추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삼성전자에 G1F를 공급하기 위해 설비 투자를 단행한 업체들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멜파스는 G1F TSP에서 GF1·GFF TSP 등으로 생산 체계를 전환 중이다. G1F TSP 생산라인 구축에 따른 감가상각 비용에다 신규 설비 투자 부담까지 떠안게 됐다. G1F TSP 생산을 위해 이미 수십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한 회사들도 삼성전자 TSP 조달 정책이 바뀌면서 막대한 손실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G1F TSP는 우리나라 첨단 제조업 역사에 비운의 기술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