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서 CEO 사퇴…스마트 혁명 희생양 줄이을 전망

실적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던 에이서의 왕쩐탕 최고경영자(CEO)가 결국 물러났다. 약 3년 간 이어진 `스마트 혁명`에 결국 무릎을 꿇었다. 업계는 HTC나 HP 등 앞으로도 스마트폰의 희생양이 계속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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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쩐탕 전 에이서 CEO.

6일 비즈니스위크는 대만 PC 생산업체 에이서가 지속된 실적 부진의 책임을 물어 CEO 교체를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왕쩐탕 에이서 회장 겸 CEO는 에이서를 난관에서 벗어나게 할 능력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며 후임 CEO로 제임스 웡을 지명했다. 이 회사는 또 8000명이 넘는 전 세계 인력 7%를 감원하고 내년까지 1000억원 이상의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왕 회장은 지난 2004년 에이서 CEO로 선임됐으며 2005년부터 회장직을 겸임했다.

에이서의 지난 3분기 순손실은 131억 대만달러(약 4732억원)에 달한다. 매출은 921억 대만달러로 1년 동안 약 12% 줄었다. 주가는 12년 이래 최저 수준이다. 이 회사의 불행은 스마트폰 사용자가 급증하고 태블릿PC가 에이서의 주무기였던 `넷북`을 대체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전까지 에이서는 PC 시장의 떠오르는 강자였다. 대만 국적의 이 회사는 넷북으로 아시아인을 사로잡은 뒤 2010년 한 때 전체 PC 시장에서 HP를 제치기도 했다. 당시 왕쩐탕 CEO는 “2~3년 안에 에이서는 전체 PC시장 1위로 발돋움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에이서 CEO 같은 사례는 처음이 아니다. 앞서 경질된 블랙베리의 전 CEO 토르스텐 하인즈에 이어 모바일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사업적 시도를 했으나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HTC의 피터 추와 HP, 맥 휘트먼 CEO도 주주단의 지속적인 퇴진 압박을 받는 대표적인 경영자다. 이들은 애플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 대항할 경쟁력을 만들지 못했다는 점이다. 비즈니스위크는 “PC시장에서 태블릿PC와 가장 성능과 가격이 비슷했던 넷북 대표주자부터 쓰러지는 것은 예견된 일”이라고 평가했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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