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의 업무 관리, 프리랜서 일 관리와 고객과의 협의, 팀 프로젝트의 업무 분장과 일 처리 상황 관리, 파티를 위한 준비 목록과 쇼핑 리스트 관리. 이런 영역에서 뭔가 좀 더 편리하고 가볍게 여러 사람이 같이 사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제대로 된 것이 하나 있었으면 하는 것은 많은 사람이 얘기하는 분야이다.
일정 관리, 할 일 관리, 일처리 (Getting Things Done: GTD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라는 이 분야는 이미 많은 앱이나 프로그램이 경쟁하는 분야이다. 사람들은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에서 캘린더 앱을 통해 관리를 하거나, 에버노트 등을 통한 메모와 알림을 취하기도 하지만 이 영역에 촛점을 맞춘 독자적인 앱을 통해서 업무나 일상에서 내가 언제까지 할 일을 제대로 마치기 위해 특별한 앱을 사용한다. 나 역시 많은 일정은 캘린더로 관리하지만 늘 원고 마감, 강연 자료, 연구 보고서 마감 등의 ‘할 일 관리’를 적절히 잘 하기 위한 소프트웨어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그러던 내가 최근 관심을 갖는 앱이 원더리스트이다. 원더리스트 (Wunderlist)는 미국 회사가 아닌 독일 베를린에 있는 6Wunderkinder라는 스타트업이 만든 앱이다. 최근 미국의 유명 벤처 투자사인 세콰이어가 이 회사에 3천만 불 투자를 이끌었다. 이는 세콰이어가 독일에 투자한 첫 번째 사례이다.
옴니포커스, 애니두, 아스티리드, 클리어, 파이어태스크, 태스크페이퍼, 씽즈, 투두(2Do) 같은 회사들이 경쟁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네무스텍의 플랜 비 (Plan Be) 같은 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러나 원더리스트의 강점은 단지 할 일을 관리하는 것을 넘어서 공유와 협력을 지원하는 앱이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앱과 마찬가지로 할 일 목록을 카테고리로 나누어 분류하는 기능이 있으며 클라우드에 싱크해서 아이폰, 안드로이드, 맥, 윈도우, 킨들, 웹에서 모두 다 접근이 가능하다. 프로 버전은 월 5불을 내면 파일 첨부와 친구나 동료에게 할 일 지정과 대화가 가능하다. 크롬을 브라우저로 사용하는 경우는 크롬에 애드온으로 설치할 수 있어서 나중에 읽을 거리를 저장할 수 있다.
어떤 과제를 수행하는 경우 클라이언트와 일정이나 할 일에 대해서 서로 코멘트를 통해서 의논할 수 있으며, 파일 첨부를 통해 중간 중간 버전 이력을 관리할 수 있다.
특히 팀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각가 서브 태스크를 나누고 일을 동료에게 지정할 수 있으며, 협업을 하기 위한 기본 기능 등이 있기 때문에 단지 개인의 ‘할 일` 관리를 넘어서 협업 도구로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원더리스트는 이미 9월에 530만 가입자를 넘어섰다. 현재는 6백만 명을 넘었고, 사용자들이 올린 ‘할 일` 목록이 2억4100만 개에 이른다. 1/3은 미국 사용자라고 한다.
새로 투입된 자금은 미국 진출을 위한 자금으로 쓸 예정이라고 창업자이자 CEO인 크리스티안 레버가 말했으나, 주로 사업 개발을 위한 일을 실리콘 밸리에서 할 것이고 개발은 계속 베를린에서 할 예정이라고 한다.
세콰이어 입장에서는 원더리스트를 확보함으로써 기존 포트폴리오인 드랍박스와 에버노트에 연계되는 또 하나의 영역을 갖추게 되었다. 파일 저장을 위한 드랍박스와 노트 로그용 에버노트에 보완되는 해야 할 일을 관리하고 알려주는 응용 분야를 선택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한상기 객원기자(소셜컴퓨팅연구소 대표/공학박사) stevehan@techfrontier.kr
카이스트에서 인공지능을 전공하고 컴퓨터과학과 인문사회학을 결합한 소셜컴퓨팅 분야 각종 이슈를 연구하고 있다. 20여 년 동안 대기업과 인터넷 기업에서 전략 수립을 하고 두 번의 창업을 경험했으며, 여러 대학에서 강의를 했다. 사진과 영화, 와인을 좋아하며, 에이콘출판사의 소셜미디어시리즈 에디터로 다양한 책을 소개한다. 최근엔 학술과 현업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의 신규 사업 전략과 정부 정책을 자문하고 여러 매체에 기고한다. 블로그(isocialcomp.wordpress.com)와 페이스북(facebook.com/stevehan)을 통해서도 활발한 활동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