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호주가 동남아시아 각국 대사관 등 외교시설을 활용해 광범위한 스파이활동을 벌여왔다는 의혹을 둘러싸고 파문이 확산된다. 3일 외신은 인도네시아에 이어 말레이시아, 태국까지 미국과 호주에 스파이활동 해명을 요구하고 강력히 항의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호주 시드니모닝헤럴드는 최근 에드워드 스노든 폭로 문건을 인용, 미국과 호주가 동남아 주재 외교시설에서 광범위한 정보수집 활동을 해왔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런 스파이 행위에 자카르타, 방콕, 하노이, 동티모르 딜리, 쿠알라룸푸르, 파푸아뉴기니 포트모르즈비 등의 호주 외교 시설이 관여했다고 덧붙였다.
보도 후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런 행위는 절대 용납될 수 없는 것”이라며 자카르타 주재 미국과 호주 대사관에 즉각 해명을 요구하고 강력한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 말레이시아 정부도 미국과 호주의 쿠알라룸푸르 주재 외교 대표들을 차례로 불러 자국 내 외교 시설의 정보 수집 활동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고 항의문서를 전달했다.
태국 정부도 미국의 스파이활동에 강한 거부감을 표했다. 태국 국가안보회의 고위 관계자는 미국의 스파이활동은 태국 법을 위반한 범죄라며 미국이 도청 협조를 요청했더라도 협력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가디언은 미국과 호주가 2007년 인도네시아 발리 유엔기후변화회 때부터 인도네시아를 대상으로 정보수집 활동을 했다고 보도했다. 호주 방위신호국(DSD)과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당시 인도네시아 안보 관리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정찰활동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