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표준특허로 ITC에 애플 특허 위반 항고

삼성전자가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애플 제품의 수입금지가 좌절되자 표준특허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항고했다. 당초 상용특허로 항고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표준특허로 항고하면서 귀추가 주목된다.

표준특허는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내세웠던 프랜드(FRAND) 원칙에 따라 거부권 행사의 근거가 됐다. 삼성전자가 침해한 애플의 특허는 `상용특허`지만 애플이 침해한 삼성전자의 특허는 `표준특허`고, 표준특허는 동종업계 누구나 평등하게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게 프랜드 원칙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당초 예상됐던 대응 방향과는 다르게 프랜드 이슈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3일 독일의 특허전문 블로그 포스페이턴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ITC가 기각한 특허 3건 중 표준특허(특허번호 `644) 1건에만 항고하는 내용을 담은 준비서면을 최근 연방순회항소법원에 제출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항고심에서 표준특허가 아닌 상용특허를 통한 공격에 집중할 것이라는 업계 예상과 다른 것이다.

삼성전자는 ITC에 애플이 자사의 3세대(3G) 무선통신 관련 표준특허 2건(특허번호 `348, `644)과 상용특허 2건(특허번호 `980, `114)을 침해했다고 제소했지만 ITC의 행정판사는 이 중 표준특허인 `348 특허만 침해를 인정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8월 표준특허에 대해 특허 보유자가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Fair, Reasonable, and Non-Discriminatory)` 방식으로 누구에게나 사용허가를 내줘야 한다는 프랜드 원칙을 들어 거부권을 행사했다. 표준특허는 스마트폰을 만드는 데 피해갈 수 없는 기술 특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항소 대상이 아니어서 삼성전자는 당초 제기한 4건의 특허 중 표준특허 1건, 상용특허 2건에 항고할 수 있다. 이로써 삼성전자가 프랜드 원칙에 가로막혔던 표준특허보다는 상용특허에 집중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포스페이턴츠는 예상과 달리 삼성전자가 표준특허에 항소한 것을 두고 “거부권 행사 이후 삼성전자가 표준특허를 존속시키는 데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양사 특허 전쟁에서 삼성전자의 주요 `공격무기`는 표준특허고, 애플은 프랜드 원칙을 `방패`로 활용하는 셈이다.

이런 까닭에 삼성전자가 항고심에서도 표준특허 이슈를 다시 제기해 프랜드 이슈를 정면 돌파하려 한다는 것이다.

포스페이턴츠는 다만 “삼성이 기각 결정을 받은 상용특허 2건의 힘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표준특허로 항소를 결정한 것일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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