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대표 정태영)가 밴(VAN) 업무 대행을 비씨카드에 위탁한다. 수수료 갈등으로 밴 대리점 등에서 카드 결제 거부운동까지 벌이자, 은행계 회원사를 다수 보유한 비씨카드에 밴 대행 업무를 맡기는 방안을 확정했다.
3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조만간 현대카드와 비씨카드가 밴 위탁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밴 업계는 대형 카드사의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며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비씨카드는 대형 은행계 카드사를 회원으로 보유하고 있어 다른 전업 카드사에 비해 밴 승인중계수수료와 매입대행 수수료가 싸다. 비씨카드의 밴 수수료는 건당 60원이고, 다른 신용카드사는 약 74원이다.
현대카드가 비씨카드와 밴 업무 위탁 계약을 맺으면 계약서상 제휴사로 분류되기 때문에 비씨카드와 동일한 수수료를 적용받는다. 예를 들어 현대카드가 밴사와 개별 계약을 맺으면 건당 74원을 내야하지만, 비씨카드에 위탁하면 건당 60원만 내면 된다. 그럴 경우 건당 14원의 마진이 남는데, 이 중 일부를 비씨카드가 중계 마진으로 가져간다.
현대카드 입장에서는 밴 수수료를 낮출 수 있고, 비씨카드도 별도 중계수수료를 챙길 수 있다.하지만 일각에서는 비씨카드가 `밴수수료 마진 장사`에 나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 비씨카드가 씨티은행, 전북은행, 수협, 광주은행 등을 제휴사로 편입하면서 밴사 수입은 큰 폭 줄었다. 비씨카드에 적용하는 낮은 밴 수수료 체계를 `제휴사`라는 항목 때문에 이들 회원사에게도 일괄 적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밴 업계는 비씨카드가 갑의 위치를 악용해 영세 밴 생존권까지 위협하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비씨카드는 전체 카드거래의 30%가량을 처리하고 있는 결제 프로세싱 회사다. 밴 업계는 다른 카드사에 비해 중계수수료를 낮게 주면서도 회원은행에게는 높은 중계수수료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용카드 밴협회 관계자는 “비씨카드에 적용하는 밴 수수료가 너무 낮아 오히려 다른 카드사들이 교차보조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비씨카드의 중간 마진을 줄인다면 모든 카드사의 밴 수수료를 10%가량 인하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 카드사도 비씨카드의 밴수수료 형평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지나치게 낮은 밴수수료를 지불하고 있어 타 카드사와 밴 수수료 형평성을 맞추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현대카드와 협상중인 사실은 맞지만, 아직 확정된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표] VAN수수료 정산 개요도 자료-한국신용카드밴협회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