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보다 나은 세상을 위한 핵과학, 의료영상, 상온반도체 검출의 과제와 미래
△일시:28일 서울코엑스 아셈호 1층 VIP룸
△참석자
-김희중 연세대 보건과학대학장(행사 조직위원장·사회)

-조규성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NSS 한국 의장)
-이재성 서울대 핵의학과 교수(MIC 한국 의장)
-김영덕 기초과학연구원 지하실험연구단장(기조강연)
-크레이그 L 우디 박사(브룩해븐국립연구소 수석연구원·전 NPSS 의장)
-윌리엄 W 모세 박사(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 수석연구원)
-로널드 카이저 박사(오텍 기술 고문)
핵과학 및 의료영상, 상온반도체 검출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국내외 학자들이 한국에 모였다.
지난 28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한 국제학술행사(2013 IEEE NSS/MIC/RTSD)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이들 세계적 석학들이 한국에 모인 것은 이 행사가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아시아·오세아니아 국가 중에도 60년 만에 처음이다. 우리보다 늦게 일본이 오는 2018년 이 행사를 주최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미국전기전자공학회(IEEE) 산하 NPSS(Nuclear & Plasma Science Society)가 주관하고 한국 지부(Chapter)가 주최한 이 행사는 내달 2일까지 열리는데 참가자들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하는 등 성황을 이뤘다.
행사 준비위원장인 김희중 연세대 보건과학대학장과 윌리엄 모세 전 NPSS 회장 등 핵과학 및 의료영상 분야 국내외 석학들이 28일 모여 행사 의의와 핵과학과 의료 영상, 상온반도체 검출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했다. 참석자들은 “핵과학이 없었다면 신의 입자라 불리는 힉스 입자 발견이 불가능했다”면서 “핵과학은 의료, 우주 등 산업분야에도 큰 도움을 줬으며 앞으로도 인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이구동성으로 강조했다.
◇사회(김희중 연세대 보건과학대학장)=세계 최대 핵과학 및 의료영상 국제학술대회가 한국에서 처음 열려 매우 매우 기쁘다. 먼저 이번 행사가 어떤 행사인지, 또 일반인을 위해 행사를 주관하는 NPSS가 어떤 곳인지 이야기해달라.
◇크레이그 L 우디 브룩해븐국립연구소 수석연구원=NPSS는 세계 최대 전기전자단체인 IEEE 산하 39개 학회 중 하나다. 1948년 관련 분야 연구자들이 모여 협회 설립 논의를 했고, 1963년에 IEEE에 정식 학회로 등록해 발족했다. 핵과 플라즈마는 서로 다른 분야지만 연관성이 있어 함께 연구하게 됐다. 1952년 국제학술대회가 처음으로 열렸다. 그동안 미주 52회, 유럽 4회, 캐나다 2회, 푸에르토리코에서 1회가 각각 열렸다. 재작년엔 스페인, 작년엔 미국에서 개최됐다. 아시아에서는 한국에 이어 일본이 오는 2018년 행사 유치를 위해 뛰고 있다.
◇로널드 카이저 오텍 기술 고문=플라즈마 분야는 핵보다 늦은 1972년에 합류했다. NPSS는 산하에 9개 기술위원회가 있다. 학회는 처음에 매우 다양한 분야를 다뤘다. 초기에는 주로 데이터 취득, 입자 가속, 핵융합, 펄스 파워, 우주과학과 관련한 방사선 연구 등을 했다. 그러다 1990년 들어 핵 방사선이 의료영상 분야에 본격적으로 활용됐고, 의료영상 분야도 학회에 포함됐다.
◇윌리엄 W 모세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 수석연구원=IEEE 산하 학회들은 하나하나가 최고다. 그 중 우리 학회는 학문간 영역을 넘나드는 다학제(多學際) 연구가 가장 큰 특징이다.
◇조규성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이번에 통합 개최하는 NSS(Nuclear Science Symposium)와 MIC(Medical Imaging Conference), RTSD(Room Temperature Semiconductor Workshop) 등 세 개 분야는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다. 특히 NSS가 가장 역사가 긴데 올해로 60년이다. NPSS는 매우 보수적인데 그동안 주로 미국과 유럽에서 개최됐다. 60년을 맞아 올해 한국에서 개최돼 더욱 뜻깊다.
◇이재성 서울대 핵의학과 교수=그만큼 이들 분야의 우리나라 학문 수준이 미국과 유럽이 알아줄 만큼 향상됐다는 뜻도 있는 것 같다. 이번 행사는 내년에 한국에서 열리는 세계분자영상학회(WMIC)에도 좋은 영향을 줄 것 같다.
◇사회=올해 한국 행사에는 50개국에서 1500여명의 외국인이 참석하는 등 매우 성공적이다. 각 세션마다 열기도 뜨겁다. 행사 소감이나 이번 행사에서 흥미로웠던 점 등을 말해보자.
◇우디=아시아에서 처음으로 한국에서 열렸는데 특히 아시아 회원국의 적극적인 참여가 인상적이다. 향후 아시아의 역할에 큰 기대를 갖게 한다.
◇카이저=많은 위원과 자원봉사자들 도움으로 학회가 성공적으로 열렸다. 산업계도 만족할 만한 전시회를 마련했다. 다음에 또 오고 싶은 학회가 되었다. 김희중 조직위원장을 비롯해 한국 측 관계자에게 축하와 함께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전시장에서 폭발물 검출과 관련된 검색기를 봤다. 액체를 파악해 술인지 물인지 혹은 폭발물인지 고성능으로 탐지하는 기술이었다. 매우 흥미로웠다.
◇조규성=행사는 초록이 1800편 이상이나 될 만큼 성황을 이뤘다. 등록자도 예상을 뛰어넘는 약 2200명이나 됐다. 이 정도면 역대 최대인 것 같다.
◇사회=발표 내용 중 주목할 만한 것과 또 예년 대회와 비교해 다른 점은 무엇이 있었나.
◇우디=역시 힉스 보존 입자 발견이 주목할 만한 일인 것 같다. 이번 행사에서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서 실험한 배경과 당시의 생생한 실험과정이 설명돼 큰 호응을 받았다. CERN 내 에번스 박사 팀의 실험이 없었다면 올해 힉스 교수의 노벨상 수상은 어려웠을 것이다.
◇김영덕 기초과학연구원 지하실험연구단장=향후에는 힉스 입자 외에도 암(暗)물질(dark matter) 에너지를 연구하는 활동이 활발히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핵과학, 의료영상, 상온반도체검출기 등은 모두 핵과학을 기반으로 한 순수과학 및 응용기술 분야인데 앞으로는 암 물질 연구가 새로운 연구 분야로 각광받을 것이다.
◇우디=실생활과 별로 연관이 없을 것 같지만 이런 과학적 노력들은 앞으로 양자역학의 큰 발전을 가져올 것이다. 과거 양자역학 발전이 그랬던 것처럼 암 물질 연구는 앞으로 우리 일상에 큰 변화를 가져다 줄 것이다. 힉스 입자 존재 증명은 그 원대한 미래의 시작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
◇사회=이들 분야의 보다 큰 과학 진보를 위해 미국과 유럽 등 세계는 어떻게 움직이고 있나.
◇우디=암 물질 연구 같은 거대 과학(빅 사이언스)은 한 국가가 수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국제적 협력이 중요하다. 이런 국제적 협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중요성이 더 커질 것이다.
◇이재성=이번 행사에서 조재문 삼성전자 펠로는 의료영상에 스마트 IT를 접목해 앞으로 의료영상이 어떻게 발전할지를 보여줬다. 한국에서는 IT 융합이라는 말이 유행인데 앞으로 의료 영상 분야에서 이와 같은 IT융합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사회=핵과학 등 학회가 우리 사회에 기여한 것이나 기여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는지 이야기 해보자.
◇우디=학회는 방사선 및 검출기 등에 방법론을 제공, 힉스 입자 발견과 같은 과학적 성취의 기반을 제공했다. 그뿐만 아니라 관련 산업체에도 큰 기여를 해왔다.
◇카이저=현재 병원에 의료영상 장비가 세계적으로 약 2000만대가 보급되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이는 핵과학의 발전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또 인공위성과 같은 우주 산업도 핵과학을 전문으로 하는 우리 학회의 기초 기술이 있었기에 발전할 수 있었다.
◇김영덕=핵과학 등은 아카데믹한 분야지만 우리 사회 발전에 직간접으로 큰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학회 연구결과물인 방사선의 의학 및 보안 분야 활용, 방사선 계측 최적화 등 모두 사회에 필요한 것들이다.
◇사회=5년이나 10년 후 핵과학과 의료영상 분야는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카이저=기술은 오랜 시간 서서히 축적되는 것이다. 갑자기 짠하고 나타나는 기술은 거의 없다.
◇우디=나도 동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ET-MR 융합 기술은 아마 5년 후 더 큰 발전과 함께 사회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재성=맞다. 이번 행사에서도 PET-MR 워크숍 참석자 수가 가장 많았다. 그만큼 세계학자들의 관심이 크다는 뜻이다. 앞으로 기술적 성취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
◇모세=나 역시 같은 생각이다. PET-MR 기술 수준은 매우 빠른 속도로 향상되고 있다. 향후 매우 수준 높은 영상을 보게 될 것이다.
◇사회=외국 학자들에게 마지막으로 묻겠다. 우리나라 젊은 과학도들에게 조언 한마디씩 해달라.
◇모세=내 경험담을 이야기하겠다. 벨랩 근처에 사는 어릴 적 친구가 있다. 그 친구가 벨랩에서 겪은 이야기다. 그 친구는 벨랩에 무엇을 했으면 좋겠냐고 물었다. 그러자 벨랩은 먼저 좋은 사람이 되라고 답했다. 좋은 사람이 되면 일은 얼마든지 있고, 할 수가 있다고 했다고 하더라. 나도 똑같은 이야기를 한국의 젊은 과학도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무엇을 할지보다는 먼저 좋은 사람이 되려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면 일은 따라온다.
◇카이저=나는 산업체에서 40여년간 있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같은 일을 해본 적이 없다. 지루한 순간이 없었고, 매일 매일 재미있는 삶을 살았다. 과학(사이언스)과 엔지니어링은 그런 거다.
정리=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