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소프트웨어 산업의 발전과 중견ICT 기업의 역할

지난 9월 마이크로소프트(MS)가 노키아 휴대폰 사업부문을 인수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3~4년 전까지만 해도 휴대폰 세계 최강을 자랑하던 하드웨어(HW) 기업이 소프트웨어(SW) 기업에 흡수됐다. 업계에서 이런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했고 애플도 HW 제조는 아웃소싱하고 있다. 컴퓨터 제조 기업 IBM은 정보기술(IT) 서비스 업체로 탈바꿈한 지 오래다. 최근 IT산업은 스마트폰과 클라우드 서비스 등이 부상하면서 HW에서 SW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심지어 좀처럼 변화가 없던 네트워크 분야에서도 SDN이라는 SW 중심 네트워크 기술이 등장하는 등 변신 속도를 가속화할 수밖에 없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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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런 시장상황에서 HW사업 기반의 중견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은 어떻게 경쟁력을 유지해 나가야 할까. ICT 인프라 구축을 주 사업으로 하는 중견기업 사장으로서 앞으로 회사가 어떻게 변신해 나아가야 할지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첫 단계는 SW적 지식역량 강화다. 아무리 IT산업이 SW 중심으로 이동한다 해도 HW 중심 기업이 단번에 SW적 회사로 변신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기존 HW 인프라 구축 능력 위에 미들웨어·애플리케이션 등을 포함한 비즈니스 솔루션을 기획·설계·통합할 수 있는 컨설팅 능력을 키워야 한다. 시스템 아키텍트라고 불리는 이 역할이 미국에서는 유망직종 1위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당사도 HW만 바라보는 단편적 관점에서 SW적인 능력을 포함한 비즈니스 아키텍트로 직원 역량을 키우기 위해 꾸준히 관련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두 번째 단계는 SW업체와의 협력강화다. 국내 SW 산업은 SI 형태의 개발이 중심을 이루다 보니 웬만한 ICT 기업은 SW 업체를 하도급업체로 여기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 서로의 능력을 인정하고 협력하는 관계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예를 들면 협업 분야 IT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할 때 인프라 구축능력과 솔루션 컨설팅 능력을 보유한 당사가 협업 관련 애플리케이션 SW를 보유한 전문기업과 협력해 사업을 진행하면 더 나은 솔루션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세 번째는 SW솔루션 및 서비스 개발 노력이다. 다른 SW 기업과 협력에만 그치고 자사 솔루션 개발에 소홀하다면 진정 SW 중심 회사로 변신하기 어려울 것이다. 자사 SW 기술 개발에 꾸준히 노력하되, M&A도 좋은 수단이 될 수 있으리라 본다. 중견 ICT 업체 정도라면 유망한 SW 벤처를 발굴하고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시스코가 작년부터 최근까지 인수한 17개 업체 가운데 15개사가 SW 업체다. SW 중심 회사로 변화하려는 노력으로 이해된다. 현재 당사도 솔루션팀을 통해 솔루션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기존 IT 유지보수 서비스에 더해 네트워크 진단 서비스, 취약점 분석 서비스, 협업 및 BYOD 등 비즈니스 솔루션 설계 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 프로그램을 만들어 고객에게 소개하고 있다.

외부환경 변화도 필요하다. SW나 서비스를 유상의 가치로 인정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SW나 서비스 상품이 많이 나올 수 있는 시장문화 형성이나, 국내 고급인력이 SW 분야에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성공 비전을 제시하고 창의적 실무능력을 위한 교육을 내실화 하는 등 국가적 차원에서의 적극적 인재양성 노력 등이 우선 과제다.

얼마 전 열린 오픈 월드에서 한국 SW 벤처 기업 제품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기사를 읽었다. 이제 한국 ICT 중견기업도 SW 중심의 IT시장에서도 능력을 인정받고 세계적 업체들과 당당히 경쟁하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윤상화 에스넷시스템 사장 swyoon@snetsystem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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