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역사는 대학에서 출발해 연구소와 업계의 협업으로 탄생했다.”
최근 한 업계 전문가가 정의한 디스플레이 산업의 탄생 과정이다. 디스플레이 혁신의 역사는 대학에서 나온 획기적인 발명으로 시작돼 업계에서 이를 상용화해 완성됐다는 것이다. 디스플레이 발전을 위해선 산학연의 유기적인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얘기로 받아들여진다.

기술발전 역사만큼 산학연 협력 활성화는 오래된 주제다. 최근 융·복합이 강조되면서 서로의 장점만을 뽑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이 협력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된다. 산업계와 대학, 그리고 연구기관이 각자 축적한 연구능력, 시설 및 장비 등 연구자원을 활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면 융·복합적 기술혁신을 이끌어내는 최적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인식에서다.
최근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기술 개발 과정만 봐도 산학연 협력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미국은 애리조나주립대를 중심으로 산학연 공동개발 프로젝트를 꾸렸다. 대만도 ITRI라는 국책연구소를 중심으로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고, 일본은 NEDO를 비롯해 13개사가 참여하는 트라딤(TRADIM)이라는 컨소시엄을 만들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상용화기술 확보를 위해 산학연 연구개발(R&D) 역할 분담이 절실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LCD 기술개발에서 산학연 역할론이 큰 힘을 발휘했지만, 차세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이들의 긴밀한 R&D 연구고리가 약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기존 디스플레이 분야에선 우리가 아직 선두권을 차지하고 있지만 차세대 주자가 될 학생들의 논문발표에서는 경쟁국가인 일본 등에서 의미 있는 내용이 다수 도출됐다는 것이다. 지금은 우리가 1등이지만 수 년 내 일본이나 대만에 역전당할 수 있는 상황이 닥친 것이다. 학계는 기반요소 기술과 기초소재를, 국책연구소는 기반기술의 상용화를 위한 응용기술개발, 산업체는 학·연의 연구성과를 제품화하는 역할이 필요한 이유다.
무엇보다 대학 기초연구와 업계와의 상용화 협력 지원이 절실하다. 현재 대학의 디스플레이 R&D 부문은 열악한 상황이다. 모 대학 교수는 “디스플레이 분야 교수 중 95%가 정부로부터 연구비 지원을 받지 못한 채 자비로 연구하는 실정”이라며 “디스플레이 분야를 떠나는 교수들이 매년 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디스플레이에 특성화된 과를 만들어 산학연 융합교육을 실시하는 것도 방법이다. 지방대학 특성화 사업을 실시해 대학 주도의 신산학연 시스템을 구축, 지역 일자리 창출의 허브로 기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미 디스플레이 타운으로 불리는 충남 아산 탕정면의 `디스플레이시티` 주변엔 선문대, 순천향대, 호서대, 한국기술교육대 등이 앞다퉈 디스플레이 산업관련 교육센터를 설치하거나 교과과정을 개편하고 있다. 선문대는 정보디스플레이 학위과정을 만들었고, 호서대는 디스플레이 공학부를 신설했다. 순천향대는 디스플레이신기술연구소, 단국대는 정보디스플레이연구소를 개설했다. 한기대는 디스플레이장비공학과를 신설했다.
이제 남은 일은 어떻게 대학의 전문성과 업계를 연결할 것인지다. 최근 산학연의 새로운 추세는 융합기술 추구다. 기술 융·복합 추세가 빨라지면서 타 분야와의 기술 간 결합은 물론이고 감성을 추구하는 인문학과 과학기술의 통섭을 찾는 일이 많아진 것이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부문에서도 한국이 선두 자리를 뺏기지 않기 위해서는 산학연 협력을 바탕으로 융·복합 혁신을 이뤄내는 일이 절실하다.
박창현 충남디스플레이기업협의회장 chpark@i-d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