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와 멕시코 등 우방 국가들도 참여
미국 국가안보국(NSA) 도청 파문이 국제적 현안으로 부상한 가운데 유엔 차원의 대책 논의에 20개국 이상이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미국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에 따르면 지난 25일 뉴욕에서 열린 `온라인 인권 보호에 대한 유엔 결의안` 초안 작성 회의에 독일과 브라질을 포함해 모두 21개국이 동참했다.
참가국 가운데는 쿠바나 베네수엘라와 같이 미국에 적대적인 국가도 있지만 프랑스와 멕시코 등 전통적인 우방도 포함됐다. 또 아르헨티나, 오스트리아, 볼리비아, 에콰도르, 가이아나, 헝가리, 인도, 인도네시아, 리히텐슈타인, 노르웨이, 파라과이, 남아프리카공화국, 스웨덴, 스위스, 우루과이 등 미주,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 모든 대륙의 국가들이 고루 참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의안에는 미국이나 NSA 등이 직접적으로 언급되진 않았지만 유엔 회원국에 대해 `역외 감시활동(extraterritorial surveillance)`에 대한 법적 검토를 요구하도록 규정해 사실상 미국 정보기관들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결의안 초안은 각국에 대해 유엔의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을 존중하고, 이런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를 중단하는 조치를 즉각 취할 것을 촉구했다. 지난 1976년 발효된 ICCPR은 “누구도 사생활이나 가족, 가정, 통신 등에 임의 혹은 불법적 간섭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되며 명예나 명성에 부당한 공격을 받아서도 안 된다”고 명시한다.
초안은 또 “회원국들은 개인간 통신에 대한 역외 감시, 외국 시민의 개인정보 취득에 대한 절차, 관행, 법 제도를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포린폴리시는 이 결의안 초안이 최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휴대전화 도청 의혹 등 미국 정보기관들의 감시활동 파문에 대한 국제사회의 첫 대응 노력이라면서 이런 분위기가 점점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최근 세계적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킨 미국의 스파이행위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이런 문제가 재현될 경우 유엔 차원의 논의가 이뤄질 수 있는 정치적 여건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