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보기관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전화를 10년 이상 도청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도청 내용을 보고받은 것은 물론 도청을 계속할 수 있도록 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독일 정부는 미국에 분명한 해명과 함께 사실로 드러날 경우 책임자 처벌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독일 일요판 신문인 빌트 암 존탁은 28일 미국 국가안보국(NSA) 고위관계자 말을 인용, 키스 알렉산더 NSA 국장이 2010년 메르켈 총리에 대한 도청내용을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오바마가 도청을 중단시키지 않았으며 오히려 그것을 계속하도록 놔뒀다”고 폭로했다. 이어 오바마가 메르켈과 관련해 자세히 보고받기를 원해 NSA가 메르켈이 소속당 인사들과 통화에 사용했던 휴대전화는 물론 메르켈의 암호화된 관용전화기까지 도청하는 등 감시 범위를 확대했다고 밝혔다.
미국 정보전문가들은 메르켈이 매일 동료에게 보내는 10여 건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는 물론 대화 내용까지 감시할 수 있었다며 단지 특별히 보안처리된 사무실 내 `일반전화`만이 예외였다고 주장했다. 도청에 의해 모인 정보는 백악관에 직보됐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빌트 암 존탁 보도는 NSA 도청에 항의하는 메르켈과 통화에서 자신은 도청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한 오바마의 말과 정반대되는 얘기라 거센 논란이 예상된다. 일간지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차이퉁 등 독일 언론은 오바마가 메르켈과 전화통화에서 이같이 언급했다며 오바마는 메르켈에 대한 도청을 알았다면 즉시 중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또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독일 정부 관계자들에게 대통령은 도청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고 해명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