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이석채 KT 회장이 국제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26일 오전 출국하면서 검찰 수사 지체될 전망이다. 이 회장이 검찰 수사정국에 맞춰 `용퇴`보다는 `정면 돌파` 방침을 정했다는 분석도 지배적이다.
이 회장이 참석하는 행사는 KT가 르완다 정부와 공동으로 28일부터 31일까지(이상 현지시각) 르완다 수도 키갈리에서 개최하는 `TAS 2013`(Transform Africa Summit 2013)이다. 이 회장은 29일 `TAS 2013` 콘퍼런스 오프닝 연설을 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TAS 2013을 마치고 다음 달 1일 귀국할 예정이다.
이 회장 출국으로 검찰의 수사는 내달 이후 본격화될 전망이다.
당초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던 이 회장이 출국하면서 그 배경과 향후 수사 향배에 대한 분석과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이 회장이 출국하면서 애당초 검찰이 출국금지를 하지 않았든지, 이 회장이 성실한 수사협조를 약속하고 일시적인 해제 승인을 얻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동안 KT는 “이 회장의 배임 혐의가 확정되기 이전에는 정상적인 비즈니스를 할 수 있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검찰이 KT의 이 같은 요구를 수용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검찰로선 이 회장이 예정된 국제 행사에 참석하지 못할 경우에 KT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 대한 신뢰도를 훼손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뿐만 아니라 검찰이 지난 22일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압수물을 분석하는 데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 회장 출국으로 향후 수사에 대한 전망도 엇갈린다. 당장 검찰뿐만 아니라 KT도 검찰 수사에 대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확보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검찰 수사가 자칫 장기화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검찰이 이번 주 압수물 분석을 완료하고 이 회장 귀국 이후 수사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않다.
한편 이 회장은 지난 25일 실적발표를 앞두고 열린 이사회에서 검찰 수사와 관련된 거취문제를 언급을 자제하고, 제무제표 승인 등 일상적인 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에 이어 출장까지 예정대로 강행하면서 검찰 수사에 정면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27일 검찰수사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로 출국한 이 회장에 대해 오는 31일 열리는 미래창조과학부 국정감사에 출석하라고 경고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