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 업계 1년만에 지옥서 천국으로…올 해 실적 사상 최대 줄이을 듯

올해 실적 사상 최대 줄이을 듯, 내년 시장은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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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설비 투자 가뭄에 나락에 빠졌던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시장이 불과 1년 만에 희색으로 급반전하고 있다. 올해 주요 장비 기업 상당수는 사상 최대 실적도 기대한다. 그러나 향후 설비 투자가 지속될지 의문인데다 시황 급등락에 따른 리스크는 극히 부정적인 요인이라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LG의 중국 반도체·LCD 라인과 중국 현지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잇따라 설비 발주에 나선 가운데 국내 장비 업체들은 총 1조원이 넘는 금액을 수주한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반도체·디스플레이 설비 투자에 4조5000억원을 집행했다. 4분기에도 삼성전자는 총 9조원의 투자를 단행할 예정이다. 국내 D램 공정 전환, 중국 시안 반도체 라인, 쑤저우 LCD 공장 투자 등으로 대부분이 반도체·디스플레이에 집중된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약 8000억원 규모의 LTPS 전환 투자를 발표하면서 올해 투자 금액 4조원을 훌쩍 넘길 전망이다. 중국 BOE는 오르도스 공장을 다음 달 가동한 뒤 조만간 추가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며 중국 CSOT의 투자도 기대된다.

SK하이닉스는 얼마 전 갑자기 중국 우시 공장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장비 교체 투자에 착수하게 됐다.

이에 따라 그동안 심각한 수주 가뭄에 시달리던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업계는 희색이 만면하다. 일부 업체들은 올해 흑자전환은 물론이고 사상 최대 실적도 기대하는 분위기다. 엘아이지에이디피는 지난 2분기 작년 동기 대비 1091%의 경이적인 매출 성장을 달성했다. 지난해 매출이 워낙 급감한 탓도 있지만 예년과 비교해도 호실적이다. 디엠에스·주성엔지니어링·에스엔유프리시젼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반도체 장비 업체들도 사정이 비슷하다. 올 1분기까지 국내 반도체 장비 업체 약 20개사의 수익률은 2~3%를 맴돌았지만 지난 2분기에는 평균 8%, 3분기에는 10% 이상으로 상승했다.

지난 9월 SK하이닉스 중국 우시 공장 화재도 예상치 못한 호재다. SK하이닉스는 화재 피해를 본 장비 중 보수가 필요한 장비는 대부분 복구했지만 일부 증착(CVD) 장비, 식각(에칭) 장비, 테스트 장비 등은 신규 발주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사업을 모두 영위하는 기업들은 더욱 신이 났다. 로체시스템은 올해 역대 최대인 700억원대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에스티아이는 지난 2분기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이런 분위기는 적어도 내년 1분기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그 이후가 막막하다. 반도체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 공장 보수와 삼성전자 시안 라인 건설이 마무리되면 추가 설비 투자를 점치기 어렵다. 삼성전자는 내년 말이나 내후년에야 시스템LSI 14나노 양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메모리도 3D 낸드 출시로 공정 미세화에 따른 증설 투자가 필요 없어졌다.

디스플레이 설비 투자도 마찬가지다. 중국 현지 업체들의 투자는 이어지겠지만, 일본·미국 장비 기업들이 더 선방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A3 라인 투자 정도가 남아 있는 상태다.

한 장비 업계 관계자는 “근래에는 주문이 밀려 외주 업체 힘을 빌려야 할 정도”라며 “문제는 이런 분위기가 언제까지 갈지인데 어려움을 이겨낼 뾰족한 수도 없다”고 말했다.

장비 업계 1년만에 지옥서 천국으로…올 해 실적 사상 최대 줄이을 듯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오은지기자 onz@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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