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중국 허베이성(河北省) 우안시(武安市) 소재 한 폐허 공장. 내부에서는 주변 건설 현장에서 작업하던 근로자 16명이 고단한 몸을 누이고 잠을 자고 있었다. 하지만 다음날 이들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느닷없이 지반이 내려앉으면서 건설근로자 16명은 물론이고 공장 건물까지 단숨에 삼켜버렸기 때문이다. 사고 직후 구조대 200여명이 광범위한 수색 작업을 펼쳤지만 생존자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이날 검은 속내를 드러낸 구멍의 크기는 지름 50m, 깊이 15~20m에 달했다. `싱크홀(Sink Hole)`이다.
◇싱크홀 원인
싱크홀은 지반이 무너지면서 생기는 원형 구멍이나 지반 침하 현상이다. 자연 싱크홀은 석회암층 탄산칼슘(CaCO3)이 지하수에 닿아 녹으면서 형성된 공간이 상부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면서 발생한다. 특별한 전조 현상이 없고, 구멍 주변이 무너지면서 규모가 계속 커지는 것이 특징이다. 베네수엘라에 나타난 지름·깊이 350m 규모 싱크홀이 대표 사례다.
우리나라는 지층 대부분이 단단한 화강암이나 편마암으로 이뤄져 있어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싱크홀은 드물다. 하지만 근래 전남 무안, 충북 음성, 강원 평창 지역을 중심으로 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석회암 지대가 아닌 도심에서도 싱크홀 발생 횟수가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건축 공사 중 노후한 상·하수도관 누수, 발파 충격, 다짐 부족, 침수로 인한 지지력 약화 등 무리한 지역 개발 공사로 지반이 약해지고 있는 것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자료:포털 이미지 캡처
◇싱크홀 습격
세계 각국에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나타나는 싱크 홀은 수많은 인명·재산 피해를 남기며 인류를 공포에 몰아넣고 있다. 지난 2010년 과테말라 과테말라시에서는 도심 중앙에 갑자기 20층 빌딩 높이 싱크 홀이 생기면서 그 자리에 있던 3층 건물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과테말라 정부는 도시 개발 정책으로 지하수가 마르면서 지반이 함몰된 것이라고 발표했다. 과테말라시에서는 2007년에도 100m 깊이 싱크홀이 나타나 주택 20여 채가 빨려 들어가면서 주민 3명이 사망한 바 있다.
미국 시카고에서는 지난 4월 주택가 도로에 6m크기 싱크홀이 생기면서 차량 3대가 추락하고 1명이 부상을 입은 사고가 발생했다. 플로리다주에서는 올 초 집에서 잠을 자던 30대 남성이 싱크 홀에 빠져 실종됐으며 골프장에 서 있던 40대 남성이 5.5m 깊이 싱크홀에 떨어졌다.
우리나라도 싱크홀 안전지대는 아니다. 최근 전국에서 크고 작은 싱크홀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인천에서는 도심 한복판에 25m 깊이 대형 싱크홀이 나타나 도로를 지나가던 오토바이 운전자 1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인근 지하철 공사 때문에 지반이 붕괴된 것으로 파악됐다. 싱크홀이 `지구의 경고`라고 불리는 이유다.
◇싱크홀 탐지 기술
인구밀도가 높은 도심에 생기는 싱크 홀은 주변 건물이 연쇄로 붕괴되면서 큰 재해로 이어질 수 있다. 싱크홀 발생 예상 지역을 탐지해 사전에 대비책을 세우는 것이 급선무다. 싱크홀을 탐지하는 가장 정확한 방법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지반에 직접 구멍을 뚫어 확인하는 시추조사다. 하지만 조사 범위가 너무 넓은 것은 물론이고 약한 지반에 충격을 가해 오히려 붕괴 위험을 초래할 수 있어 효율성이 낮다. 학계나 업계가 통상 지하 공동(空洞)을 확인하기 위해 비파괴시험을 진행한다.
흙의 밀도가 낮아지거나 강도가 약해지는 등 불규칙한 지반 침하 현상이 나타나는 지반에서는 싱크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지표투과 레이더(GPR), 전기비저항 토모그래피(ERT), 탄성파 탐사 등 다양한 조사방법으로 사전 징후를 분석해 발생 지역을 예상할 수 있다.
지표투과 레이더시험은 시험 장비를 차량에 탑재해 시험을 진행해 다른 방법보다 조사 속도가 빠르다. 차량으로 곳곳을 이동하면서 조사할 수 있어 도심 등 넓은 범위를 조사하기에 적합하다. 통상 지반조사에 이용하는 안테나 주파수는 50~500㎒다. 주파수가 낮을수록 깊게 조사할 수 있지만 해상도는 낮아진다.
지표투과 레이더는 전자기파를 지표면으로 방사한 후 반사되거나 투과된 속도·형상을 분석한다. 지하수위, 지하매설물, 공동 위치, 기반암·단층 위치, 콘크리트 피복 두께 등을 추정할 수 있다. 서울시는 올해 도로 하부에 발생하는 공동을 탐지하기 위해 지표투과레이더 장비를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비저항 토모그래피는 시추공 두 개를 이용해 지표에서 전류를 흘려 지반을 구성한 성분에 따른 전위 변화를 측정하는 방법이다. 공동 위치·크기를 정밀한 3차원(D) 화면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토목공사나 석유탑공사에 활용하는 탄성파 탐사법은 조사 지역에 인공적으로 지진파를 발생시켜 전파가 도달하는 시간과 파형을 분석해 공동을 찾을 수 있다. 백종은 세종대 건설환경공학과 연구교수는 “도심에서 발생하는 싱크 홀은 무분별한 개발과 부족한 사전 대책이 빚은 인재(人災)”라며 “정확한 원인 규명, 조사방법, 사전보강, 사후 보수대책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