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발로 기분 좋은 발표를 했다.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산업 연구개발(R&D) 투자 규모가 OECD 회원국 중 최상위권이라는 소식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 비중(4.03%)과 민간기업 R&D투자 비중(3.09%)은 각각 2위를 차지했다. 정부의 민간 R&D 보조금과 조세지원 비율도 각각 4위다. 순위가 높다니 좋은 일이다. 그런데 조금 더 들여다보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GDP 대비 R&D 투자 비중이 높다는 것은 우리나라가 그만큼 미래 준비에 신경을 쓴다는 뜻이다. OECD 발표는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 기업도 그렇다. 다만 한 가지 함정이 있다. 삼성전자와 같이 R&D에 뭉칫돈을 쏟아 붓는 특정 기업에 편중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경영컨설팅업체 부즈앤컴퍼니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상반기까지 1년 동안 104억 달러의 R&D 비용을 지출했다. 독일 폴크스바겐에 이어 세계 2위다. OECD 집계에 회원국마다 1위를 뺀 순위가 어떻게 될까 갑자기 궁금하다. 다른 수치도 이런 의구심을 뒷받침한다. 민간기업 R&D 투자 중 중소기업 비율은 18위, 대학 R&D 투자의 GDP 대비 비율은 23위(24위)에 불과했다. 주요 상장기업 실적에 삼성전자 이익이 그러했듯이 R&D에도 착시현상 가능성이 있다.
민간기업 R&D와 관련한 정부 지원이 높은 것도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 정부가 민간기업 R&D엔 감면 또는 면제, 유예와 같은 세제 혜택을 준다. 민간 혁신을 북돋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OECD 분석에 따르면 이러한 R&D 세제 혜택이 중소 스타트업·벤처를 비롯한 자국기업보다 상대적으로 다국적기업에 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 점에서 우리나라는 어떤 상황인지 면밀한 조사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R&D 글로벌 경쟁력도 한참 떨어진다. 민간기업 R&D 투자 중 해외 조달 비율은 35위로 꼴찌다. 외국 기업이 전혀 관심 없는 우물 안 R&D가 많은 것은 아닌지 살펴볼 일이다. 순위로 우리 위치를 아는 것은 필요하나 정책 왜곡을 부를 착시 현상을 늘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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