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에 투입한 예산 22조원을 중앙처리장치(CPU) 코어를 개발하는 데만 사용한다면 모를까 비현실적이다.”
“성공하더라도 후속 로드맵이나 산업 생태계가 뒷받침 되지 않는 상황에서 누가 그걸 사용할까요?”
23일 정부가 발표한 `반도체 산업 재도약 전략`의 핵심 과제인 한국형 모바일 CPU코어 개발 과제를 꼬집는 업계 전문가들의 말이다.
코어 프로세서가 상용화 되려면 주변 생태계가 동반 발전해야 한다는 점에서 타당한 지적이다. ARM은 코어프로세서 설계자산(IP)을 판매할 때 연산유닛·버스 아키텍처 외에 USB·SD카드 장착 기술, 메모리 구동(컨트롤러)을 포함한 부수 IP를 제공한다. 설계 키트(kit), 운용체계(OS) 호환성, 주변 기기 드라이버, 응용 설계 툴도 포함돼 있다.
ARM IP와 연동하기 위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리눅스 등 운용체계(OS) 업체들은 전용 OS를 출시한다. CPU와 OS 연동은 필수지만 이번 정책에서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정부가 추산한 로열티 3500억원을 단계적으로 낮춘다는 효과도 가장 큰 수혜는 대기업인 삼성전자·LG전자에 돌아간다.
시스템반도체 지원 사업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디지털TV, 고주파(RF)칩, 이미지센서는 삼성전자가 자체 생산하는 품목이다. 팹리스가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국내에서 수요를 찾기는 힘들다. 마이크로프로세서유닛(MCU) 역시 이미 국내 업체들이 양산하고 있다. MCU 업계 관계자는 “가전용 MCU는 기술 수준이 낮아 굳이 국책 과제로 지원할 필요가 없다”며 “오히려 설계 툴(tool) 등 개발 인프라에 지원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외주생산(파운드리) 업체와 협업, 글로벌450컨소시엄(G450C) 참여 등은 파운드리 업체나 G450C 수요 기업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문제다. 파운드리·팹리스 공생 정책은 매년 되풀이해왔지만 일방적인 구호에 그쳤다. 인력 양성 계획도 실효성이 떨어져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선행 기술을 가르칠 교수도 적고 소프트웨어 개발 환경이 열악해 이를 해결하지 않고는 정부가 기대하는 인력 양성은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가시적인 정책 성과에 급급하기보다 생태계 조성, 공정 기술, 소재 원천 기술 등 취약한 분야에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일례로 영세한 팹리스·장비 업계에 소액을 지원해 국책 사업으로 연명시키는 대신, 원활한 인수합병(M&A)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한 중소 반도체 업체 대표는 “불합리한 세제 등을 개편해 인수와 매각을 보다 쉽게 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코어프로세서 개발은 당장 외산을 대체하자는 게 아니고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후속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시스템IC2015 등 기존 국책 사업이 종료되는 시점이어서 그 연장선상에서 나온 방안”이라고 말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