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에 집착하는 정부, 이번엔 한국형 모바일CPU 코어 개발

정부가 국내 반도체 업계의 로열티 비용을 줄이기 위해 `한국형 모바일 중앙처리장치(CPU) 코어` 개발에 나선다. 2025년 시스템반도체 세계 2위를 달성하겠다는 방안도 내놨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시장 추세에 동떨어진 목표라는 지적과 함께 그동안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지원책을 재탕한 수준이라는 비판이 많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3일 `반도체산업 재도약 전략`을 통해 메모리·시스템반도체, 장비·소재, 인력·인프라 지원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오는 2025년까지 메모리 반도체는 세계 1위 및 점유율 50% 이상을 수성하고, 시스템반도체는 같은 기간 현재 세계 4위에서 2위로 올라선다는 목표다. 450㎜ 웨이퍼 장비·소재 개발을 지원하는 한편 인력·인프라를 조성한다는 게 골자다.

구체적으로 올해부터 4년간 `저전력 프로세서 설계 개발` 사업에 60억원을 투자하고, 내년에 CPU코어 국산화 로드맵을 도출해 추가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450㎜ 웨이퍼 개발 프로그램인 `글로벌450컨소시엄(G450C)`에 국내 장비업체를 참여시켜 장비시장 선점도 유도한다. 수입 비중이 높은 고주파칩(RFIC), 디지털TV(DTV)칩, 이미지센서, 가전용 마이크로프로세서유닛(MCU), 시스템온칩(SoC) 등의 국산화율을 높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수요 기업과 팹리스 간 공동 개발과제인 `K-chip(가칭)` 프로젝트도 추진키로 했다. 또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산하에 운영위원회를 두고 가상공장(버추얼 팹)을 만들어 공동 기술개발을 촉진, 장비기업들의 평가·검증을 돕기로 했다. 이와 함께 5대 반도체 소재를 선정해 올해 45억원을 지원하고, 10대 핵심 부품 개발에 올해부터 5년간 150억원을 지원한다.

`소프트웨어(SW)·SoC 융합 트랙`을 주요 공과대학에 설치해 인력도 양성한다. 정부 R&D 과제에 학사급 위촉 연구원을 채용해 중소 팹리스 설계 인력으로 육성한다는 목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 같은 지원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CPU코어 국산화는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프로세서 개발업체의 한 전문가는 “운용체계(OS) 등 생태계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코어를 개발한들 수요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탁상 행정의 전형”이라고 꼬집었다. 그동안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한 사업을 재탕한 중소기업 육성 정책 역시 중소 팹리스·장비 업체에 돌아가는 혜택이 크지 않다는 비판이다. 정부가 예시한 SoC 품목은 삼성전자·LG전자가 자체 개발해 팹리스를 지원해도 국내에 수요가 없다. 인력 양성 역시 대기업 수요를 충당하기에도 턱없이 모자란다.

산업부 관계자는 “당장 여러 미흡한 점이 있을 수 있지만 국내 기술 수준을 고려하고 반도체 산업의 저변 확대를 위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내놓은 방안들”이라며 “테스크포스(TF) 등을 통해 산학연 의견을 폭넓게 수렴했다”고 설명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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