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국제교육성취도평가협회(IEA)가 발표한 `수학·과학 성취도 추이 변화 국제비교 연구(TIMSS 2011)`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학 2년생의 수학과목 학업 성취도는 당당히 1위였다. 하지만 `수학에 자신 있다`는 응답률은 3%로 조사대상 42개국 중 41위 `수학을 좋아한다`는 답도 8%(41위)로 최하위권이였다. 최근 실시된 국내 한 설문조사에서도 `수학이 좋다`는 학생이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는 40% 수준이나, 6학년이 되면 그 비율이 20%까지 떨어졌다.

중·고등학교로 올라가면 수학 기피현상은 더욱 심해진다. 수능에서 중간급 학생이 받는 수학 점수가 100점 만점에 50점 정도다. 입시만을 위한 시험문제 풀이 위주의 현행 수학교육이 이른바 수포, 즉 `수학 포기자`만 양산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수학을 비롯해 물리·화학 등 기초학문의 탄탄한 토양이 창의성 함양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오히려 이들 기초학문에서 유·소년기 시절부터 `실패 경험`을 맛 본 아이들에게 뒤늦게 창발적 아이디어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틱장애 등 극심한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역효과만 낳는다. 김중규 호서대 글로벌창업대학원 교수는 “창조경제 근간이 되는 창조적 발상과 아이디어는 대부분 어릴 때 형성된다”며 “하지만 이 시절부터 꿈과 끼가 억눌리며 성장해왔다는 것이 우리 국민이 `창조경제가 뭔지 잘 모르겠다`고 말하는 가장 큰 이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과학기술 교육 시스템을 원천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은 그동안 학생들의 과학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높여주기 위해 융합인재교육(STEAM)을 추진 중이다. STEAM 교육은 이론 중심의 과학과 수학에 기술·공학·예술을 접목한 교육으로, 학교에서 `즐겁고 재미있는 과학`을 가능하게 하는 동시에 융합적 사고를 키워준다.
이번 학년도부터 시행 중인 `스토리텔링 수학`은 이 같은 문제의식에 뿌리를 두고 있다. 문제 나열 중심에서 벗어나 그림이나 만화, 사진 등을 통해 생활 속 수학의 쓰임을 쉽게 풀어낸다는 게 스토링텔링 수학의 핵심이다. 아직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학생·학부모·교사 간 의견이 엇갈린다. 하지만, 현행 교육시스템에 대한 문제의식에는 대부분 공감하기 때문에 해가 지날수록 정착단계에 접어들 것이라는 게 교육계의 전망이다.
전국 32개 고교에 지정된 `미래형 과학교실` 역시 스팀 교육 추진을 위한 창의적 융합공간으로 빠르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올해로 시행 4년째 접어들면서 학생은 물론, 학부모·교사의 운영 만족도가 매년 증가세다. 특히 해당 고교의 이공계 학과 진학율이 지난해 28.75%에서 올해는 35.35%로 상승하는 등 운영성과도 해를 거듭할수록 눈에 띄게 커지고 있다.
이상민 의원(민주당)은 “지난해 국제과학올림피아드에 나가 수상한 `과학영재` 73명중 22명이 의대에 진학했다는 것이 대한민국의 과학기술 교육의 현주소”라며 “미래부와 창의재단 등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과기 교육시스템을 혁신하는 데 일조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