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그룹의 핵심인 중공업퍼포먼스그룹(PG)이 신사업팀을 폐지하고 전기차 충전인프라 사업을 정리하는 등 사업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중전기기 사업 부진으로 조현문 전 중공업PG 사장(법무법인 `현` 고문변호사)이 10년간 챙겨 온 신사업 조직까지 없애며 반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효성그룹은 최근 중공업PG의 신사업 조직을 폐지하고 중공업 내 일부 인력을 그룹으로 이동시키는 등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인력 구조조정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 중공업 신사업팀은 한 때 `블로오션`팀으로 불리며 조현문 전 사장이 2006년부터 직접 챙겨왔다.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와 차세대 대형 전력인프라인 초고압직류송전(HVDC), 스마트그리드 등 미래 성장산업에 주력해 왔다. 하지만 주력사업인 변압기 등 중전기기 해외사업 실적 감소가 신사업까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조직 개편에 따라 HVDC사업은 중공업 연구소로, 에너지저장장치(ESS)와 풍력·태양광용 전력변환장치(PCS), 전기차 모터 등은 중공업 내 솔루션사업부(PU)와 기계전자사업부(PU) 등으로 전진 배치했다. 전기차 충전인프라 사업은 대기업 참여 제한으로 2년여 만에 최종 정리됐다.
수익성이 검증된 사업은 중공업PG 전면으로 배치하면서 인큐베이팅이 필요한 사업은 연구소로, 위험 부담이 큰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는 결단을 했다는 평가다.
사업 개편은 그룹 장남인 조현준 사장(섬유PG장)이 직접 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사장은 지난 2월 조현문 전 사장이 회사를 떠난 후 중공업 내 사업실태 파악을 위해 차장급 직원과 일대일로 면담을 실시하며 조직 개편을 주도해왔다. 이에 따라 중공업PG는 전통 중전기기 사업 외에 신재생에너지와 ESS, PCS사업에 집중할 방침이다.
익명을 요구한 효성 고위 관계자는 “최근 수년간 인력과 기술 등 투자 확대에 비해 실적이 좋지 않아 외형적인 조직 슬림화를 단행했지만 오히려 될만한 사업은 전면에 배치해 집중도를 크게 높였다”고 말했다.
효성그룹 전체 매출의 약 25%를 지켜온 중공업은 지난 7년간 282% 매출 성장을 기록했지만 올해 2분기를 제외하고 최근 4분기 연속 영업 적자를 기록해 왔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