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패스트트랙아시아 박지웅 대표 "초기 기업도 무조건 실적 내야"

“패스트트랙아시아가 투자하는 기업은 서비스 첫 날 매출이 100원이라도 일어나야 합니다. 그게 원칙입니다. 올해는 스타트업 이용자 수나 트래픽 규모만으로도 투자를 받을 수 있었지만 내년부터는 진짜 돈을 버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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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전문 투자 엑셀러레이터 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는 “투자받은 업체가 매출을 올려 서비스에 확신을 줘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패스트트랙은 다른 벤처캐피털과 투자 방식이 조금 다르다. 팀원만으로 투자를 결정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유는 단순하다. 시장을 먼저 보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시장을 주시하다가 눈에 들어오는 분야에 괜찮은 팀이 있다면 투자한다”며 “더 나은 팀을 꾸릴 수 있겠다는 판단이 생기면 새로 팀을 만든다”고 말했다. 적극적으로 시장을 연구한 뒤 업계에 있는 팀을 톱다운(위에서 아래로)으로 만나고 투자를 결정하는 시스템이다. `컴퍼니빌더(company builder)`라는 별칭이 붙는 이유다.

박 대표는 내년 유망 산업에 대해 전망했다. 단기적으로는 오프라인에서 정보비대칭이 심한 부동산이나 웨딩 영역이 온라인으로 옮겨올 것이라고 말했다. 흐름을 타고 혁신적인 서비스나 인프라가 탄생한다고 낙관했다. 장기적으로는 모바일 기반 기술 스타트업이 성공할 것으로 내다봤다. 모바일에서 콘텐츠 생성, 검색, 유통 등을 하는 업체다. 나아가 웨어러블 컴퓨팅 시장도 생각보다 빨리 도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표도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융합된 제품이 조만간 시장에 출현한다고 언급했다.

스타트업 업계는 특성상 `페이션트 캐피털(참을성 있는 자본)`이 공급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기 부침이 심한데다 내수 시장이 작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이 점을 아쉬워 했다. 그는 “한 회사가 잘 돌아가기 위해서는 통상 100억원 이상 자금이 필요한 데 시리즈A 투자금은 약 20억원이 최대치”라며 “시리즈B 이후를 지원하는 후기 단계 투자자금 등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대를 맞아 해외로 진출하는 한국 스타트업에 대해 “한국에서 성공하지 못한 서비스가 글로벌에 진출해 성공한 사례가 없다”며 “`진짜` 글로벌 플레이어는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시장에 최적화된 서비스가 만들어진다면 굳이 투자를 외면할 이유는 없겠지만 확률적으로 한국 이해도가 높은 업체가 서비스도 좋다”고 말했다.

패스트트랙아시아는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가장 자유롭게 투자하는 스타일이다. 3000만~7억원까지 투자 범위가 넓다. 소수 지분투자뿐만 아니라 대기업과 제휴하고 시드 투자도 진행한다.

박 대표는 “내년 중반까지 모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다시 방향성을 조정할 것”이라며 “회사를 직접 만드는 역량이 있는 투자 회사로 계속 진화하겠다”고 말했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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