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는 환자에게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항생제를 쓰고 있지만 너무 오랜기간 투입하면 오히려 내성균이 생길 수 있고 비용도 문제가 됩니다. 우리 병원에서는 가장 적정한 수준의 항생제를 처방하는 데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황희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의료정보센터장은 업계 최초로 실시간 빅데이터를 활용해 의료 서비스 질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올해 인메모리 DBMS인 SAP HANA를 도입해 `차세대 임상데이터웨어하우징(CDW)` 시스템을 구축했다. 기존 시스템은 지난 2004년 자체 구축한 시스템으로 처리 속도가 너무 느렸다. 병원은 새로운 CDW를 기반으로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개발했다. 서울대병원의 최고정보책임자(CIO) 역할을 하고 있는 황희 센터장이 주도했다.
그는 기존 시스템 대비 100배 이상 성능이 향상된 시스템을 기반으로 임상 질지표(CI:Critical Indicator)를 운영하는데 초점을 뒀다. 항생제 관리도 하나의 CI에 해당된다.
새로운 CDW는 주 단위로 데이터를 수집·가공해준다. 하루 단위로도 관리 가능하다는 게 황 센터장의 설명이다. 특히 별도 데이터 입력작업 없이 자동으로 모든 병원 내 데이터를 수집·저장·가공·처리한다.
병원은 현재 300여개 CI를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있다. 미국 유명한 병원에서도 최대 150여개 CI를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 센터장은 “현재 간호사 6명이 300여개 CI를 관리하고 있다”며 “이들은 별도 데이터 수집이나 장표를 만들지 않고 실시간으로 시스템을 모니터링하면서 특정 수치에 변동이 생기면 의료진에게 피드백을 준다”고 말했다.
황 센터장은 CDW 시스템을 연구 활동에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CIO이자 소아전문의인 황 센터장은 “문득 지난 10년 동안 내가 진료한 간질환자가 몇명이었는지, 약은 어떻게 처방했는지 궁금해 시스템에 입력했더니 불과 5초 만에 결과가 나왔다”며 “기존에는 몇 달에 걸쳐 했던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시스템에선 1년 전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해야 했다. 또 통계나 그래프 등의 작업을 거의 수작업으로 해야 했기 때문에 시간도 오래 걸렸다.
서울대병원 데이터는 일반적인 기업에서 분류하는 `빅데이터`와는 차이가 있다. 병원이 보유한 진료기록 데이터는 60테라바이트(TB)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데이터 양 자체만으로는 빅데이터라 보기 힘들지만 한 사람의 개인의료정보가 평생 동안 쌓이기 때문에 엄청난 양의 유전정보가 되는 셈이다.
황 센터장은 “앞으로 의료 분야는 환자에게 얼마나 좋은 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느냐가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활용해 더 많은 의료 서비스 개선 과제를 발굴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이 같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의료 서비스를 개선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아 지난 23일 HIMSS(Healthcare Information and Management Systems Society)에서 주최하는 올해 세계 최고의 병원으로 선정됐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