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그리드를 둘러싼 관심이 여전히 뜨겁다. 전력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해 에너지체계를 효율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요 측과 공급 측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주고받아 남는 전력을 부족한 쪽으로 보내게 함으로써 전력 피크를 분산하는 시스템이다. 기후에 따라 발전량이 불규칙한 태양광이나 풍력 에너지도 에너지저장장치(ESS)에 모아 뒀다가 일정한 품질로 공급하게 할 수 있다.
지리적으로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였고 북쪽과는 이념적인 문제로 대치 상태인 우리나라는 어디에서도 에너지(전력)를 끌어다 쓸 수 없는 `에너지 갈라파고스`다. 해마다 전력난으로 불편을 겪는 우리나라는 없는 자원으로나마 실시간 수급 조절할 수 있는 스마트그리드가 필수다.
정부도 이 중요성을 인식해 오래 전부터 연구개발(R&D)을 지원하고 상용화를 촉진했다. 제주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를 조성해 상용화와 수출을 꾀했다. 하지만 그 때 뿐이었다. 제주 실증단지 사업이 일단락한 지난해 스마트그리드 사업 확산을 위한 거점지구(현 스마트그리드 확산사업) 선정 작업을 바로 하지 않고 올해로 미뤘지만 새 정부 정책적 우선순위에 밀렸다.
스마트그리드가 새 정부의 관심을 끌지 못하자 의욕적으로 투자했던 사업자들도 하나 둘 사업 조직을 축소하거나 발을 빼기 시작했다. 시장이 생각만큼 일찍 열리지 않을뿐더러 무턱대고 투자만 할 기업은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 미뤄온 스마트그리드 확산사업자 선정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러 금명간 발표한다고 한다. 업계의 사업화 갈증은 순간적으로 해갈할지 모르겠지만 근본적인 해결 없이 사업화 열기가 거품 꺼지듯 사라질 게 뻔하다. 정부도 인지하듯이 전력 송배전과 판매를 한국전력이 독점한 상황에서 스마트그리드 사업화는 있을 수 없다. 스마트그리드는 전력이 가정에 이르는 1마일 사이에서 사업화가 일어난다. 소매 부문만 개방해도 다양한 사업화 모델이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제주 실증단지 사업에 참여한 사업자들이 전력 소매 부문만이라도 개방해 줄 것을 요구해 온 이유다. 한전이 모든 것을 움켜쥔 상태에서 스마트그리드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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