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가 21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개최한 기초기술연구회 및 산업기술연구회 국정감사에서는 여야가 비정규직 문제와 원자력연의 노동청 직접고용명령 문제를 중점 거론했다.
오전 기초기술연구회 중심으로 이루어진 질문에서 미방위 의원들은 또 원자력연 비정규직 문제와 우주인 이소연 박사 거취 등에 대해 따져 물었다.
오후 산업기술연구회 질의 때는 장호남 산업기술연구회 이사장이 민병주 의원(새누리당)과 설문조사 결과를 놓고 신뢰성 문제를 제기하는 등 대립각을 세워 사과를 하는 소동도 빚어졌다.
조해진 의원(새누리당)은 2020년까지 달탐사선을 발사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냐고 묻자 김승조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자신있다. 출연연 15곳이 모여 자체 자금으로 공동협력연구를 위한 MOU도 교환했다. 미국서도 상당히 협조적”이라고 짧게 답변했다.
조 의원은 원자력연의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왜 지방노동청이 정규직 전환명령 대신 직접 고용명령을 내렸는지 이유를 물었다. 이 때문에 연구기관이 직접고용만하면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문제가 안되는 상태가 됐다는 것.
하지만, 유승희 의원과 이상민 의원 등 대부분의 민주당 의원들은 비정규직 문제의 조속한 해결에 초점을 맞춰 질문공세에 나서 새누리당 측과는 큰 틀에선 같은 입장이지만, 원자력연 비정규직 문제 등을 바라보는 세부적인 부분에서는 미세한 입장차를 보였다.
조 의원은 이와 함께 우주인 이소연 박사가 의사와 결혼하고 과학과 관련 없는 MBA를 다니고 있고, 260억원을 들인 먹튀논란이 인터넷에 일고 있는 것에 대해 지적했다.
우주인 문제는 이우현 의원(새누리당)과 최재천 의원(민주당)도 치밀하게 따졌다.
이 의원과 최 의원은 “이소연에 260억원을 투입했는데, 이후에 뭐가 있냐”며 “대책이 필요하다”고 질책했다.
이에 대해 김승조 항우연 원장은 “우주인은 공군 쪽에서 노하우 가져가 후보 양성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이상목 차관은 “우주인 계약하면서 의무활동기간이 있고, 그 이후는 본인이 선택하도록 돼 있다”며 “항우연과 내용을 더확인, 점검하겠다”고 답변했다.
최원식 의원(민주당)은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의 물리적 방호규정 위반을 물고 늘어졌다. 하나로의 핵물질 저장고는 안전과 보안위해 이중잠금장치를 갖추고 열쇠를 분산보관해야 하지만, 지켜지고 있지 않다고 질책했다.
또 비정규직 문제도 함께 따졌다.
최원식 의원은 한상진 원자력연구원 비정규직지회장을 증인으로 불러 노사갈등의 악화 원인이 뭐냐고 묻고, 고용노동청이 지시했으면 원자력연구원 측이 따라야 한다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압박했다.
최민희 의원(민주당)은 원자력발전소와 관련,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의 장비 시험과정을 꼬치꼬치 따졌다.
최 의원은 “이 장비 일부를 테스트한 한국기계연구원이 `기계적인`답만 내놓고 있다”고 질책하며, “국민들이 답답해 한다”고 설명했다.
슈퍼컴과 한미 원자력협정문제도 거론됐다. 이재영 의원(새누리당)은 “슈퍼컴 성능 순위가 2010년 14위에서 올해 107위로 떨어졌다”며 경쟁력을 가질 방안을 찾아달라고 주문했다.
원자력협정문제에 대해 정연호 원자력연 원장은 “내년 3월 조약기간이 만료되는데, 협상시간이 부족해 2년간 협정 연장을 합의하고, 협의를 진행중”이라며 “핵재처리 문제는 정치, 경제적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고, 핵연료 저장소 포화는 산업부에서 방안을 찾고 있다”고 답변했다.
김을동 의원(새누리당)은 10개 연구기관의 부풀린 인건비 200억원 사용과 유흥주점 카드부당사용 등을 따져 물었다.
강동원 의원(무소속)은 국가핵융합연구소의 안전관리, 노웅래 의원(민주당)은 기초과학지원연구원 최모 선임연구원의 3회에 걸친 성추행을 계기로 징계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병주 의원(새누리당)은 영유아 보육시설 부족문제, 김기현의원(새누리당)은 KIST와 KISTI, 생명연, 원자력연, 천문연, 한의학연, 항우연, 표준연 등 출연연 8곳이 업무상 재해시 가족우선 채용 강제 적용 문제 등의 규정 개정을 요구했다.
박대출 의원(새누리당)은 “기초기술연구회 5년 연속 미흡평가를 받았고, 그 가운데 경영진 신뢰 및 변화노력이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며 “연구원간 소통과 상하소통 등에 신경쓸 것”을 주문했다.
유승희 의원(민주당)은 비정규직 문제 제기에 이어 출연연에 여성 등용이 낙제점인 이유를 따져 물었다.
유 의원에 따르면 24개 출연연 여성임원은 단 1명 뿐이고, 감사는 단 한명도 없다고 질책했다. 또 보직자는 1545명 중 여성이 101명, 6.5%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상목 차관은 “기관별로 이행계획서를 받아 매월 국무조정실과 협의하고 있다”며 “오는 2017년까지 비정규직을 30%선까지 줄일 계획”이라고 대답했다.
이상일 의원(새누리당)은 이번 국감에서 총 15건의 자료를 준비했다. 당일 모두 공개한 건으로는 단연 돋보였다.
이 의원은 “KISTI의 `국가과학기술지식정보서비스(NTIS)에 비 R&D 예산으로 구입한 장비목록 4531점은 등록이 안돼 중복구입이 이루어지고 있다”며 “전체 1만 5951점 가운데 28.4%나 되는데, 이게 모두 연구장비 중복구매 심의에 걸리지 않아 장비를 하나더 보유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이 NTIS 확인결과 6개월간 사용실적이 없어 `유휴장비`가 된 장비가 509점, 6개월간 1~2회 사용한 저활용 장비가 310점으로 총 762억 5000만원이 투입됐다.
실제 KIST는 2011년 이후 유휴 장비가 30점, 당시 구축비용은 30억 원이었다. 또 일부는 주차장에 버린 장비를 창고에 보관한 경우도 발견됐고, 대부분 녹슬거나 비닐위에 먼지가 쌓인 상태로 보관해 활용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항공우주연구원은 유휴장비가 16점에 110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2011년 이후 불용처리된 장비만 1928점으로, 매년 600점이 넘는 장비가 고철로 매각됐다. 또 불용처리 장비 중에는 2010년 9월 구입해 10개월만 쓴 13억 5000만원짜리 연구장비도 확인됐다.
이 의원은 “차라리 대학이나 다른 곳에 주면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각별히 신경써 달라”고 주문했다.
권은희 의원(새누리당)은 ETRI 내년 예산 110억원이 줄어드는 것에 대해 이상목 차관의 답변을 요구했다.
이 차관은 “기관의 특수성이 있다. 일반회계로 안정적 인건비와연구비 늘려 왔는데, 정보화촉진기금 때문에 그 논의에서 제외돼 왔다”며 “향후 개선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대답했다.
이에 앞서 김흥남 ETRI 원장은 기관의 낮은 연구생산성이 10억원 미만 과제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오후들어 민병주 의원과 장호남 산업기술연구회 이사장 간에 사과를 요구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민 의원이 의원대표입법으로 발의한 기초기술연구회와 산업기술연구회간 통합법안 설명과 관련해 “연구원 설문결과 응답자의 64%인 301명이 연구회의 단일화에 찬성한다고 답했고, 기존 연구회 운영에 대해서도 35%가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며 장호남 이사장의 견해를 물었다.
소동의 발단은 장 이사장이 “설문 내용을 신뢰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대답하면서 벌어졌다. 이에 민 의원은 격앙돼 “일단 이사장이 신뢰할 만한 설문결과를 가져와보라”라며 말을 이어갔다. 민 의원은 발의시간 7분을 다 채운뒤 장 이사장에 대해 정식사과를 요구하자 사회를 보던 한선교 미방위원장이 장 이사장이 입장을 명확히 밝힐 것을 요구했다.
장 이사장은 즉각 “말씀도중 답변한 것에 대해 사과한다”고 발언했고, 한 위원장이 “사과의 초점이 그게 아니지 않느냐”고 질책하자 우선 시간을 달라고 요구했다.
국감 말미에 장 이사장은 “설문조사가 신뢰성이 없고 의미없다고 말한 것에 대해 사과한다. 국회에서 종합 검토해 (통합안에 대해) 결론 내려 줄 것을 부탁한다”고 대답하며 이날 소동은 일단 봉합됐다.
유성엽 의원과 이상일 의원도 “새누리당 비례대표 1번이자 과기계 대표인 민병주 의원 권위에 도전하는가”라며 민 의원 입장을 거들었다.
유 의원은 이어 한국기계연구원 원장 대행을 대상으로 `기관장이 사임한 이유`를 따졌다. 또 선임본부장을 맡아 일하다 지난 2010년 한밭대 교수로 자리를 옮긴 김동수 본부장과 에이에스엠티의 관계에 대해 캐 물었다.
유 의원은 “김대성이라는 인물의 기계연 입원 년도와 에이에스엠티에 대표로 근무한 적이 있는지 파악해 봤냐”고 따졌다.
실제 김대성씨는 지난 2006년 폐업한 에이에스엠티 대표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박대출 의원은 ETRI 무인발레 파킹 테스트, 고강도 탄소섬유, 일본보다 효율 30%높은 촉매 등에 대해 칭찬한뒤 그러나 카드 부정사용은 개선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주점이면서 식당으로 결제한 M 주점은 ETRI 임직원이 다녔고, N바는 지질자원연구원들이 다녔다는 것을 보드에 적어 설명하기도 했다.
유승희 의원은 연구원 중소기업 인력파견제도에 대해 따져 물었고, 서면 답변을 요구했다. 3년 만기로 파견했지만, 정작 3년뒤 연구기관 정규직 취업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고, 일부는 기업 대표 운전사로 전락한 뒤 그만둔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