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5주년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매출 `반비례`…성장 동력 지위 `상실`

상용화 15년 만에 '저무는 태양'으로

초고속인터넷 산업이 상용화 15년 만에 성장동력 지위를 잃고 `저무는 태양`으로 전락했다.

가입자당 매출액이 크게 줄어 서비스 가입자는 증가하지만 매출은 오히려 줄어드는 현상이 뚜렷해졌다. 치열한 가격경쟁으로 가격이 점점 떨어지는데다, 통신시장의 무게중심이 무선서비스와 IPTV로 넘어가면서 이 같은 현상은 갈수록 심화될 전망이다. 초고속인터넷이 사실상 독자 상품으로서 가치를 잃어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KT·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국내 유선통신 3사의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수는 지난 2011년 말 1481만명에서 올해 2분기에는 1537만명으로 56만명이 늘어났다. 하지만 매출 합계는 같은 기간 8918억원에서 8368억원으로 550억원이 줄었다. 가입자가 3.8% 늘어나는 동안 매출은 6.2%가 줄어든 것이다. 초고속인터넷 1위 사업자인 KT의 한 관계자는 “초고속인터넷 자체로 매출 증가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추세”라고 말했다.

초고속인터넷은 지난 1998년 두루넷이 국내 최초로 상용화한 이후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매김하며 매출과 가입자 모두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왔다. 하지만 스마트폰 도입 이후로 무선 서비스에 대한 통신사의 매출 의존도가 급격히 높아졌다. 또 초고속인터넷 시장이 포화 상태로 치닫고, 가격 출혈경쟁마저 심화되면서 서서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는 분석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2009년 KT의 초고속인터넷 시장 지배적 사업자 지위가 없어진 이후 출혈경쟁이 이어져왔다”며 “보조금에 대한 당국의 감시가 심해지면서 3사가 가격 경쟁 체제로 돌입, 바닥까지 가격이 떨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정부가 일부 기업의 `약탈적 요금제`를 사실상 방치하면서 성장 동력을 상실했다는 지적도 있다.

초고속인터넷이 그 자체로 상품으로서의 지위를 상실해 대부분 결합 상품군의 하나로 팔리면서 가입자와 매출의 `반비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초고속인터넷만 별도로 신청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IPTV나 인터넷전화를 사용하기 위해 설치하거나, 자신이 사용하는 이동통신사에 따라 초고속인터넷 회선을 선택해 할인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통신 3사 모두 2회선 이상 자사 휴대폰을 쓰고 IPTV나 인터넷전화를 함께 선택할 경우 초고속인터넷은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통신사 관계자는 “초고속인터넷 회선을 쓰다가 결합상품으로 `갈아타는` 소비자가 많아 매출이 내려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롱텀에벌루션(LTE) 도입으로 무선인터넷 최고 속도가 초고속인터넷보다 빨라진 점도 시장의 미래를 더 어둡게 만들고 있다. 최근 통신사가 앞다퉈 도입하는 LTE 어드밴스트(LTE-A)와 광대역 LTE 서비스는 최고속도가 각각 150Mbps·100Mbps로 초고속인터넷보다 빠르거나 같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무선인터넷 최고속도가 초고속인터넷을 앞지르면서 무선인터넷으로 PC 인터넷 연결까지 해결하는 사용자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 통신3사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매출 추이

올해 15주년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매출 `반비례`…성장 동력 지위 `상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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