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5대 고위직 가운데 하나인 표준화총국장 선거에 도전한다. 2014년 ITU 전권회의가 한국에서 개최되는 프리미엄을 갖춘데다 다른 국가의 두드러진 경쟁자가 없어 당선이 유력시된다. 당선되면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표준화 150년 역사를 가진 ITU의 고위직에 한국인이 진출하는 첫 사례로 기록된다.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20일 전자신문과 인터뷰에서 “내년 ITU 표준화총국장 선거에 내보낼 예비 후보자 두 명을 추렸다”며 “외교부 등과 공조해 우리나라 후보자가 당선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5면
ITU 표준화총국장은 국제 전기통신표준화부문 업무를 조직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글로벌 ICT표준화 작업을 진두지휘하는 자리다. 임기는 4년이지만 연임이 가능해 최장 8년 동안 국제 ICT 표준화 부문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현재 ITU 고위직은 사무총장, 사무차장, 3개 총국장 등 5명이 있으며, 이들은 각각 분야를 대표해 독립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ITU표준화 총국장은 ITU와 제네바 주둔 국제기구 근황 등 고급 정보를 취할 수 있고 국제표준 채택 과정에서 발생하는 조정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행사한다. ITU ICT 정책에 대한 결정권한을 가져 실질적인 국제기구 수장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지난 2009년 휴대폰 충전단자 관련 국제표준 개발 당시 영국 출신 M 존슨 현 ITU 표준화총국장이 유럽식 표준 `마이크로 USB`에 유리한 해석을 내려 이와 다른 방식을 채택해 오던 국내 휴대폰 업계가 혼란을 겪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6년 ITU 표준화총국장에 도전했지만 일본, 영국 등 강력한 경쟁자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당시 반기문 전 외교부 장관의 UN사무총장 출마로 정부 지원도 집중력이 분산됐다.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일단 선거가 치러지는 ITU전권회의가 부산에서 열리는데다 강력한 경쟁자로 평가됐던 중국과 캐나다가 일찌감치 또 다른 ITU 고위직인 사무총장, 사무차장 도전을 선언하면서 표준화총국장을 겨냥한 우리나라는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됐다.
최문기 장관은 “삼성과 애플의 특허 전쟁에서 볼 수 있듯이 앞으로 표준과 특허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될 것”이라며 “ITU 표준화총국장 출마로 우리나라가 글로벌 ICT 표준을 주도하는 중요한 계기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