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기어(禁忌語)`는 종교적·도덕적인 이유로 사용이 금지되거나 꺼려지는 언어 표현을 말한다. 특정 단어가 말로 표현되는 것이 금지되거나 꺼려지기 때문에 그 단어를 금기어라 부르고, 금기어를 대신하는 단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박근혜정부의 금기어 중 하나는 `녹색`이다. 공개적으로 사용을 금지한 것은 아니지만 정부 기관은 물론 일반 기업에서도 녹색이라는 단어는 사용을 기피하는 단어다. 금기어를 넘어 과거에는 사용됐으나 현재 사용하지 않고 있는 `사어`(死語)가 될 지경이다. 이명박 정부가 내세웠던 `녹색성장`이 결과적으로는 온갖 비리의 온상으로 드러나면서부터다.
문제는 박근혜정부가 녹색 트라우마 때문인지 에너지정책에 신경을 쓰지 않는 듯 한 모습을 보였다는데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적극 추진했던 청정에너지 개발과 녹색기술 활성화에 정책 중점을 두지 않았다.
그러나 금기어를 안 쓴다고 해서 본질이 바뀔까. 홍역이나 천연두를 `손님`이나 `마마`라 바꿔 쓰더라도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에너지도 마찬가지다. 에너지 문제는 여전히 중요하며 정부가 총력을 기울여야할 과제다. 국가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세계에너지총회를 찾아 글로벌 에너지협력과 에너지 정책의 전환을 촉구한 것은 의미가 깊다. 박 대통령은 에너지 자원의 합리적 배분과 효율적 사용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에너지 가격체계와 규제를 조정하고 청정에너지 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것을 글로벌리더에게 당부했다. 에너지산업을 창조경제 견인차로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굳이 부담된다면 녹색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다른 단어로 대체하면된다. 에너지 정책 무게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말이다.
권상희 경제과학벤처부 차장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