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 원가 정보가 조만간 공개될 모양이다. 정치권의 공개 요구가 빗발치자 미래창조과학부는 참여연대로부터 받은 소송에 대한 항소를 접기로 하고 실무 검토에 들어갔다. 최문기 미래부 장관은 지난 14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취하 뜻도 밝혔다. 미래부가 국정감사법을 따라 통신비 원가 관련 자료를 국회에 내는 것은 시간문제다.
원가는 기업 영업비밀이다. 외부는 물론이고 회사 직원 누구나 알 수 있는 정보가 아니라는 뜻이다. 이런 정보가 법원 판결도 없이 공개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법원 1심 판결도 이를 인정했다. 기업 영업비밀을 존중해 원가를 추정할 일부 자료 공개만 명했다.
정치권이 통신비 원가를 들먹이는 것은 아무래도 통신요금이 비싸다는 소비자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OECD를 비롯한 각종 국제 통계는 한국 통신요금이 싼 편임을 확인했다. 통신요금이 비싸다는 소비자 주장도 실제론 요금 자체가 비싼 게 아니라 많이 쓴 경우가 많다. 우리 소비자가 외국과 달리 막힘없이 통화와 초고속인터넷을 이용하는 편익은 아예 간과됐다.
소비자가 통신비를 오해할 수 있다고 치자. 그럴지라도 정치권이 기업 영업비밀을 내놓으라고 으름장을 놓는 것은 다른 문제다. 나가도 너무 나갔다. 정치권이 질타할 대상은 정책 당국이어야지 기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정부가 통신 정책을 잘못 펼쳐 통신요금이 올랐다는 근거를 대야 하는데 이런 논박도 들어본 적이 없다. 정치권은 아마도 통신사업자가 정부와 유착해 소비자 주장처럼 통신요금을 비싸게 받는다고 믿는가 보다. 그런데 왜 통신사업자 영업이익은 해마다 떨어지나.
막무가내 식 정치권 주장도 그렇지만 이에 맞장구를 친 미래부가 더 잘못했다. 우리나라 통신 시장 상황이 요즘 얼마나 나빠졌는지, 편익에 비해 통신요금이 얼마나 싼지 뻔히 아는 정부라서 그렇다. 미래부가 통신사업자를 일방적으로 편들라는 게 아니다. 정확한 실상과 시장 메커니즘을 정치권에 제대로 설명하라는 얘기다. 이런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통신사업자에게 창조경제 동참을 요구한다면 정말 염치없는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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