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지식재산(IP)시스템이 변하고 있다.` 유럽은 2014년을 목표로 `유럽통합 특허법(UPC)` 구축이 한창이다. 하나의 특허 소송 제도가 유럽 전역에 효력을 미치는 것이다. 영국·독일·프랑스에 특허전문법원 설립도 합의됐다. 전자신문은 IP지면 1주년을 맞아 특허 시장의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유럽 IP현장을 다녀왔다. 지식경제 발원지로 불리는 영국을 시작으로 세계 IP강국인 독일, 상표와 디자인이 강한 프랑스를 직접 취재했다. IP에 강한 이들 나라의 현주소와 비결을 시리즈로 연재한다.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우리나라 창조경제는 영국과 이스라엘을 적절히 합친 모델”이라고 말했다. 영국 경영전략가 존 호킨스의 저서 `창조경제`에서 시작된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은 성장 원동력을 교체하려는 우리나라 경제 정책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창조경제 발산지로 일컫는 영국에서는 새로 부각되는 경제 패러다임을 `지식` 기반 경제로 명명한다. 경제 유통화폐이자 자산으로 지식재산(IP)이 강조되는 이유다. 영국 IP생태계는 산업 발전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 3월 영국은 특허로 발생하는 수입에 적용하는 법인세율을 10%로 인하했다. 유럽에서 확대되고 있는 `특허 박스(Patent Box)` 제도다. 영국 경제 상황에서 감세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지식기반 경제에서는 특허가 더 중요했다. 로버트 아크로드 영국변리사회 국제위원장은 “특허 박스 배경에는 지식경제를 위한 정책이 있다”며 “지식경제 자체가 새롭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보호하는데서 출발하기 때문에 IP 보호는 필수 불가결”이라고 설명했다. 영국에서는 IP를 통해 경제가 활성화되면 그만큼 세수가 증대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산업계에 IP권이 영향을 준 제도는 특허박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연구개발(R&D) 세금 유예 제도는 기업 R&D 과정에서 세금을 면제해줄 뿐 아니라 필요에 따라 예산까지 지원한다. 정부 경제 정책 기조가 IP보호와 활성화를 기본으로 한다. 영국은 상표를 침해하면 형사 책임을 진다. 아직까지 디자인에는 적용되지 못했다. 이를 확대하자는 움직임이 영국 IP업계에서 거세다. 디자인 침해에도 형사 처벌을 부과해 개인 아이디어 보호를 강화하자는 것이다.
대학·정부 출연연구소 등 공공기관 R&D 과정도 IP를 기반으로 시장 지향적 움직임을 보인다. 우리처럼 정부에서 R&D 예산을 제공하지만 차이는 있다. 바로 `계획` 우선이 아닌 `성과` 중심적이란 것이다. 정부는 대학·출연연 등에서 창출한 IP를 사업화하는데 관여하지 않는다. 기술이전·사업화는 철저히 대학내 기술이전전담조직(TLO) 역할이다. 기술 사업화를 3~4년 단위로 평가하고 관리해 경쟁력이 없으면 R&D 예산 지원이 끊긴다. 제레미 홈스 임페리얼 대학 기술이전센터장은 “대학이 자발적으로 기술이전사업화 시장에 뛰어들어 경쟁해야한다”며 “경쟁을 통해 사업화와 경영 품질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허제도는 발명 대가가 아니다. 기술 공개를 대가로 독점이라는 대가를 준다는 것이 영국에서는 일반적이다. 그래서 특허관리전문회사(NPE)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적절한 손해배상액으로 자국내 산업이 큰 피해를 입지 않는 것도 이유다. 그러나 NPE 활동은 하나의 사업 모델로 특허제도가 가지고 있는 기본 시스템을 반영한 것이란 분위기도 일조했다. 아크로드 위원장은 “NPE는 특허제도 기본 정신과 어긋나지 않는다”며 “NPE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난은 의미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로버트 아크로드 영국변리사회 국제위원장
“유럽통합특허법(UPC)은 전체 비준 이후 각국별로 법을 고쳐야 하기 때문에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닙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불참해 전체 유럽에 적용하는 것도 불가능해졌습니다. 그러나 유럽에 단일한 특허법을 만든다는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현지에서 만난 로버트 아크로드 영국변리사회 국제위원장은 “영국에서도 변리사 자격이 뜨거운 감자”라며 “유럽통합 특허법원에서는 변호사와 `일정 자격`을 갖춘 변리사가 단독으로 소송대리를 할 수 있고 변리사의 기술적·법률적 전문성을 인정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정 자격`에 대해 영국에서 반발이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영국 변리사 자격은 3단계로 나뉩니다. 각 단계별로 소송대리 할 수 있는 법원이 다르죠. 자격에 따라 특허지방법원·고등법원·대법원 단계를 밟습니다. 중요한 것은 영국 변리사는 이미 특허 침해 소송 대리를 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로버트 국제위원장은 “UPC가 시행되고 나서 새로운 자격을 또 얻어야 한다는 것을 영국에서는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영국의 기본 입장은 영국변리사 자격으로 UPC에서 소송 대리를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