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세계 특허 출원 4위다. 선진 특허 5개국(IP5) 중 하나인 지식재산 강국이라 자부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국내 IP전문가들은 IP 제도·서비스·문화 등 IP 생태계가 해외 선진국에 비해 한참 뒤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IP 체계 선진화라는 국정과제로 창조경제에 기여하길 기대하고 있다,
전자신문 미래기술연구센터(ETRC)가 IP지면 1주년을 맞아 교수·특허청·국회의원·변리사·변호사·IP서비스업 대표·제조업 대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전문가 20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10명 중 8명 이상(85%)이 우리나라 IP 생태계가 해외 선진국(미국·유럽·일본 등 IP5)에 비해 `뒤떨어진다`고 응답했다. 국내 IP 시스템·제도·인프라·서비스·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총체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허는 많지만 보호가 안돼”= IP는 `창출·보호·활용`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갖춰야한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권리화(창출)되고, 각 발명자가 보유한 IP권리가 가치를 인정받고(보호), 산업 성장의 원동력이 되는 동시에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생태계 구축이 우선돼야 한다.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해 특허·상표·디자인·실용신안 등 산업재산권 출원은 총 40만815건으로 전년(37만1116건) 대비 8% 증가했다. 금융위기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타고 있다. IP 창출은 높은 수준에 올랐다는 것을 방증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IP 보호·활용은 한참 멀었다고 입을 모았다. 응답자 중 `우리나라 IP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가장 시급한 해결 과제`로 분쟁 예방과 보호를 꼽은 사람이 절반(50%)이었다. 특허 침해 소송에 휘말렸을 때, 특허권자의 권리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박진하 건국산업 대표는 “특허 침해 소송에서 손해배상액 등 현실화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라며 “궁극적으로 제대로 된 특허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셈이다”고 말했다.
◇“특허 분쟁 해결 시스템 선진화가 필요”= IP 보호는 분쟁 해결 단계에서 시작된다. 특허 소송 전문성을 가지고 신속하게 해결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특허 소송을 해결하기 위한 법원이 다원화돼 있어 지속적인 전문성과 신속한 분쟁 해결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전문성을 가지고 신속하게 분쟁을 해결하자`는 특허 분쟁 해결 시스템 선진화 방안에는 두가지 이슈가 있다. 특허 소송 관할 집중화가 그 중 하나다. 특허 무효화 심판과 특허 침해 소송을 한 법원(특허법원)에서 담당하자는 내용이다. IP 전문가 90%는 특허 소송 관할 집중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어느 국가든 특허기술 등 IP 전문가로 변리사가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우리나라에서 특허 침해 소송이 있을 때, 변리사는 법정에 서지 못한다. 소송 대리권을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허 분쟁 해결 시스템 선진화 방안으로 거론되는 변리사 공동 소송대리권은 지난 17, 18대 국회에서 첨예한 논쟁거리로 다뤄졌지만, 모두 회기 만료로 폐지됐다. 19대 국회에서는 이원욱 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로 `변리사 공동 소송권 부여` 취지의 개정법이 올라와있다. 입법 활동 방향에 관심이 주목되는 가운데 IP 전문가 가운데 85%는 `변리사 공동소송대리권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발명자 권리 보호가 산업 경쟁력을 높여”= 내년 1월 기업 직무발명 개정안이 시행된다. 기업은 노사협의 등을 통해 임직원 직무 발명 보상 프로세스를 강화해야한다. 일부에서는 기업 경쟁력 제고와 발명자 보호가 서로 상충되지 않느냐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그러나 IP 전문가는 좀 더 `장기적인 시각`으로 보라고 조언했다. 민승욱 아이피큐브파트너스 대표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 고부가가치를 창출해야 창조경제가 실현되는데 이를 위해서는 발명자 권익 보장이 필수”라며 “단기적으로는 기업에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중심 산업 발전으로 경제성장을 이뤘기 때문에 제조 발전 이외 가치는 상대적으로 폄하받고 있다는 것이 민 대표의 의견이다.
박성준 특허청 상표디자인 심사국장도 “발명가가 역량을 최고로 발휘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해줘야 기업 경쟁력도 강화된다”며 “발명가를 쥐어짜 이윤을 남기려는 기업은 오래 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는 `의무보다는 직무발명 보상 시스템 도입 기업에 인센티브 부여` `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순차적인 도입` 등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IP 생태계 해결, 정부 역할 중요”= IP 창출·보호·활용을 위해 지난 2011년 7월 국가지식재산위원회가 설립됐다. 지재위는 `특허 분쟁 해결 시스템 선진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패러다임과 맞물려 IP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선순환 구조의 IP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창조경제를 이끄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우리나라 IP 정책이 창조경제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라는 질문에 IP 전문가 75%는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IP 창출·보호·활용 체계 선진화라는 정부 국정 과제가 뒤쳐진 우리나라 IP 경쟁력을 끌어 올릴 수 있는 방안이라는 설명이다. 현 정부의 IP 국정 과제 방향에 대해서는 95%가 `적절하다`고 답했다.
정부에 대한 기대가 크다. 민간 영역에서 국가 IP 생태계를 바꾸기에는 법적 제도적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 우리나라 IP 관련 기구·기관 가운데 가장 역할이 기대되는 곳으로는 4명 중 1명이 특허청을 뽑았다. 지재위(20%)도 IP 생태계 조성을 위한 주요 기관으로 지목됐다. 그러나 특허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특허법원(0%) 역할은 큰 기대를 얻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허 분쟁 해결 제도 선진화 방안에 대한 전문가 의견
1. 신속하고 전문화된 특허 분쟁 해결을 위한 특허 소송 관할 집중화
2. 변리사 공동 소송대리권 부여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