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효성그룹의 조석래 회장과 세 아들이 출국금지됐다. 수사과정에서 효성그룹이 증거물인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를 교체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했다는 정황도 포착됐다.
13일 검찰과 업계에 따르면 효성그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이번 주부터 그룹 핵심관계자를 소환, 본격적인 조사를 시작한다. 검찰은 지난 11일 그룹 본사와 효성캐피탈, 조 회장과 아들 자택 등 9곳을 압수수색했다. 당시 검찰은 앞서 세무조사를 한 서울지방국세청이 가져가지 않은 컴퓨터 HDD와 회계장부, 내부 보고서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14일부터 조 회장 일가 재산을 관리하면서 그룹 회계업무에 관여했던 임직원을 소환한다. 이미 조 회장과 장남 조현준 효성 사장,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 삼남 조현상 부사장 세 아들을 출국금지했다. 조 회장의 개인금고 관리인으로 알려진 고 모 상무도 출국이 금지됐다.
검찰 압수수색 과정에서 효성그룹이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했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효성그룹은 국세청이 탈세와 분식회계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지난달 말에 핵심 임원의 컴퓨터 HDD를 모두 새 것으로 교체했다. 검찰은 압수수색이 예상돼 고의로 기존 데이터를 폐기하기 위해 HDD를 교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효성그룹 전산팀장을 불러 HDD 교체 배경을 조사할 예정이다. 고의적으로 증거를 인멸한 혐의가 드러나면 관련자를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효성그룹은 지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발생한 수천억원 대의 부실을 감추기 위해 10년 넘게 회계를 조작해 법인세를 적게 낸 혐의를 받고 있다. 회사 임원 명의로 1000억원대 차명재산을 관리한 것과 국내 차입한 돈을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해외로 빼돌렸다는 의혹도 수사 대상이다.
효성그룹 관계자는 “1998년 외환위기 때 생긴 부실을 국민 혈세인 공적자금을 받지 않고 10년간의 이익으로 갚았다”며 “비자금이나 횡령 등 사적으로 사용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컴퓨터 HDD 교체는 컴퓨터 수명주기상 업그레이드하는 시점이 됐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교체한 것 뿐”이라며 증거인멸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