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제주에서 의미 있는 국제행사가 열렸다. 국제표준화기구(ISO) TC 159(인간공학) 총회다. 산업통상자원부 기술표준원과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가 `장애인 고령자를 위한 가전제품 접근성 설계 표준`과 관련한 국제표준화를 목적으로 국내에 유치한 총회다. 우리 측은 지난 10일 장애인 고령자를 위한 가전제품 접근성 설계 부문에서 표준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 미국·일본·중국 등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접근성 제도가 확산함에 따라 선제적 대응을 하기 위해서다.
미국은 재활법 508조(전자 및 정보기술 접근성 지침) 조항을 신설한 데 이어 2014년에는 법으로 휴대폰·IPTV 접근성을 의무화한다. 일본도 1995년 정보처리기기를 중심으로 접근성 지침과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데 이어 접근성설계재단(ADEJ)을 중심으로 업계 협력망을 구축했다. ADFJ 산하엔 산·학·연·관 전문가로 구성된 `접근성설계위원회`를 운영 중이고 일본공업규격(JIS) 33종과 전기통신기기 및 서비스 관련 U마크를 도입했다. 중국 역시 법률 및 정책, 기술제품 연구개발(R&D) 등을 토대로 접근성 설계 평가를 추진 중이다.
가전 분야는 국내에 세계 1위를 다투는 기업이 있다. 하지만 과거 가전왕국의 영광을 되찾으려는 일본과 무서운 속도로 추격하는 중국이 접근성 제도를 무역장벽으로 활용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접근성 분야는 이제 갓 표준화 움직임이 보이는 만큼 우리가 국제표준을 주도한 MPEG나 3D 분야처럼 기업의 관심과 활발한 국제회의 활동이 관건이다. 삼성전자·LG전자 등 세계 1, 2위 기업이 나서서 접근성 분야 표준 활동에 매진하면 충분히 우리 기술을 국제표준에 반영할 수 있다.
그동안 ISO나 JIS를 표준으로 가져다 써온 우리나라도 우리 기술로 국제표준을 주도해야 한다. 정부나 협회가 발 벗고 나서도 기업이 움직이지 않으면 허사다. 표준도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이 끊임없이 대화해 서로 필요한 부분을 협력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접근성 관련 기술을 독자 개발해 적용해 왔다면 이제는 기업이 노하우를 모아 국제표준을 주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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