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전기차 시장 열려면 협력하세요

제주를 시작으로 이달부터 일반인도 전기자동차를 운행할 수 있는 전기차시대가 열린다. 일반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연료비가 매우 적게 드는데다 친환경 차량이라는 자부심, 정부의 구매 보조금 지원으로 예상과 달리 국내 전기차 시장은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Photo Image

당장 내년만 해도 서울과 제주를 중심으로 약 3000대 이상의 전기차가 도로 위를 달릴 전망이다. 수요가 늘면 차종 선택도 다양해진다. 이 때문에 국내외 완성차 업체들이 잇따라 전기차를 출시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진출을 계획 중인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본사 정책에 따라 한국 진출을 앞두고 있지만 한국 정부가 이들의 전기차 충전기 방식을 국내표준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테슬러모터스도 충전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한국에 진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기술표준원은 한국전력이 전국 2194만가구에 구축하는 원격검침인프라(AMI)와 국제표준인 이들의 충전방식(콤보) 간 통신 간섭을 이유로 정부가 표준 채택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표준에 채택된 현대기아차와 르노삼성을 제외하고 대다수의 글로벌 완성차업체가 같은 처지다. 이 문제로 지난주 기표원과 한전을 포함해 완성차 업체들이 회의를 했지만 정부 방침은 달라진 게 없다. 이들의 충전방식을 단체표준으로 인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국가표준처럼 강제성이 없어 현실적인 대안은 아니다.

국내표준 채택이 어렵다면 규모의 경제를 통한 시장 논리로 접근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르노삼성과 한국GM, BMW가 힘을 합친다면 가능한 일이다. 르노삼성의 충전방식은 이미 국내표준을 채택했지만 이 방식은 르노삼성만 사용하고 있어 향후 충전인프라 시장에서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들은 개별적으로 충전기 업체를 선정해 각기 다른 자구책을 마련 중이다. 이런 노력을 합친다면 충전인프라 구축에 따른 중복투자를 줄일 수 있고 사용자 인증 등의 서비스 통합으로 활용도까지 높일 수 있다. 결국 국내표준 채택을 앞당길 수 있는 힘이 되는 셈이다. 서로 조금씩만 양보한다면 시장을 개척하는데 든든한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