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440>행복은 도처에 널려 있다

행복은 지금 이 순간 온몸으로 느껴야 한다. 아침에 출근해서 에스프레소 커피 한잔을 마시며 하루를 구상할 때 느끼는 진한 커피 맛이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불현듯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도망가기 전에 붙잡아놓고 고심 끝에 뜻밖의 대안을 마련했을 때 이미 내 몸은 날아갈듯 행복감에 젖어든다. 지금 바로 내 앞에 있는 사람과 신나게 웃고 떠들면서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를 할 때 가슴으로 공감하는 속 깊은 얘기가 오고갈 때 행복하다. 지금 당장 내가 먹고 있는 뜨거운 라면 국물이 속을 후련하게 해준다는 느낌이 다가올 때 행복감을 느낀다. 꿈속에서나 동경했던 낯선 곳에 도착했을 때 느끼는 첫인상, 그때 불어오는 바람이 콧등을 스칠 때 행복하다. 생각지도 못한 누군가와의 마주침이 강력한 정문일침으로 다가와 깊은 깨달음을 얻었을 때 나는 무척 행복하다. 우연히 펼쳐든 책 속에서 오랫동안 고민했던 문제의 단서를 발견했을 때 나는 미칠 듯이 행복하다. 만나고 싶었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차일피일 미루다 오랜만에 마주 앉은 사람과 술 한잔 나누면서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나눌 때 말로 다할 수 없는 행복감이 충만해진다. 힘들고 지쳐 있을 때 내 마음에 쏙 드는 명언이나 격언을 문자로 받았을 때 나는 세상을 헛살지 않았구나 하면서 그래도 삶은 살 만하다고 느낄 때 행복은 고개 들어 하늘을 보고 환하게 웃는다. 갑자기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껴서 대책 없이 떠났지만 의외로 잘 왔다는 생각이 들 때 행복은 저절로 꽃을 피운다. 잠 못 이루는 깊은 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심금을 울릴 때 창밖으로 보이는 야경을 보면서 살아있음을 느낄 때 나는 행복의 극치를 맛본다.

행복은 지금 이 순간 온몸이 반응하는 오감각이다. 거창한 담론이나 추상명사가 아니라 일상에서 언제나 느낄 수 있는 보통명사다. 아니 행복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다. 언제 어디서든지 육감을 자극해 몸이 반응하는 비명이 바로 행복하다는 증거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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