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세계 에너지 올림픽 개막/한국의 에너지 위상 변방에서 주류로

대구 세계에너지총회 개최 의미

대한민국의 에너지 산업 위상이 변방에서 주역으로 격상됐다. 글로벌 에너지 전환 시기에 세계 에너지 논의에 리더십을 발휘하고 개도국과 선진국을 연결하는 에너지 허브로서 국제적 지위 확립이 기대된다.

Photo Image

세계에너지총회(WEC) 대구 개최로 우리나라는 세계 에너지 이슈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을 세계로부터 인정받았다. 특히 화석연료부터 원자력, 신재생에너지 등에서 다양한 시도를 벌이고 있는 국가로 산업 부분의 경쟁력도 각인시켰다. 세계 에너지 소비의 무게 중심이 미국과 유럽에서 아시아로 옮겨오고 있는 과정에서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이 우리의 에너지 기술력에 관심을 표명했다.

이번 WEC 행사를 기회로 한국 정부는 국제적인 에너지 어젠다를 주도하고 기업들은 녹색 에너지 기술 홍보를 통해 향후 해외시장 진출의 기반 마련을 기대하고 있다.

대구 WEC는 국제 에너지 정세를 비추어 볼 때 시기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현재 에너지 분야는 급격한 지각변동이 진행되고 있다. 6년 전 로마 총회와 3년 전 몬트리올 총회에서는 비전통 에너지원 개발에 따른 피크 오일이 주장됐지만 이는 지금 설득력을 잃고 있다. 지금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와 셰일가스의 발견, 신재생에너지의 높은 발전단가 등 변수가 더 많아졌다.

국가별로 에너지 관련 비전과 리더십을 새로 세우고 창조적인 전략과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할 때다. 많은 국가들이 에너지 정책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관련 정책 결정권자를 총리 등 정부 수반으로 격상한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셰일가스 개발에 따른 석유와 가스가격의 연계 문제와 아시아 시장의 중요성 확대가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의 경제성 문제와 이산화탄소 거래가격의 불확실성도 주요 화두 중 하나다. 최근 아랍에미리트연합에 이어 베트남 등에 원전 추가 수출을 추진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원전 안전 관련 글로벌 기구의 역량 강화와 기술 협력에 기대를 걸고 있다. 실제로 총회에 참가하는 많은 국가들이 국제 원자력 거버넌스 차원에서 원전 기술 수출국인 한국 정부의 역할과 선택에 기대를 보이고 있다.

WEC를 성공적으로 치르면 우리나라는 아시아 시장의 에너지 현안에 대해 국제적인 발언권을 확립하게 될 전망이다. 이미 한국과 일본, 중국은 세계 에너지의 30%를 소비하는 곳으로 그 중요성은 점점 더 커져가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은 우리나라를 세계 인구의 3분의 2가 밀집한 아시아 지역 진출의 교두보로 삼을 생각이다. 총회 이후에도 세계에너지협의회 또는 WEC한국위원회와의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지역이사회와 같은 회의를 열어 에너지 이슈에 대한 후속 논의를 이끌어 갈 수 있다.

최근 내수를 넘어 해외시장으로 진출을 노리고 있는 국내 에너지 기업에도 WEC는 새로운 기회가 될 전망이다. 그동안 국내 에너지 기업들 해외 영업은 원유를 들여와 석유제품으로 되파는 정도가 전부였다. 불과 몇 년 전부터 공기업들이 주축이 되어 발전소 및 신재생에너지 설비 등 해외 에너지 인프라 시장 진출을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시작단계에 불과하다.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과 개발도상국 에너지 정책 결정권자들에게 기술력 홍보는 향후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 시장 진출을 위한 초석이 될 수 있다.

이번 행사가 역대 WEC 사상 가장 큰 규모로 열리는 것도 국내 에너지 기업들에 쏠려있는 관심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행사 기간 동안 국내 176개 기업이 각자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 기술을 뽐낸다. 해외 에너지 관련 장관들과 기업 수장들이 국내 기업 투자유치 설명회에 참석하고, 미래 개발도상국 에너지 인프라와 기후변화 시장 공동 진출을 모색한다.

WEC는 행사 마지막 날인 17일 행사의 성과를 정리하고 미래 세계 에너지 비전을 제시하는 대구 선언을 발표한다. 대구 선언은 향후 3년간 국제 에너지 이슈를 이끌어갈 주요 지침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전망이다.

조환익 WEC 조직위원장은 “이번 총회는 참가 국가 간 네트워크 구축과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해 새로운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전례 없는 기회”라며 “우리나라 지속 가능한 에너지 개발 정책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성공적인 행사에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