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자책으로된 시집을 읽다가 탭을 누르면 은행잎이 수북히 떨어진 오래된 학교 교정의 벤치와 돌담길 동영상이 펼쳐진다. 흩날리는 노란 은행잎이 손에 잡힐 듯 전해온다. 깊어 가는 가을 시의 느낌은 영상과 함께 배가된다.
#2 위인전 `충무공 이순신`을 읽으면서 명량대첩의 비밀이 궁금해진다. 페이지 옆에 있는 손가락 아이콘을 터치하니, 명량대첩의 해전 상황이 애니메이션으로 펼쳐진다. 충무공의 지혜와 전략이 한순간 이해된다.
동영상, 애니메이션 등으로 독자의 터치에 반응하는 `멀티미디어 전자책` 대중화가 성큼 다가왔다. 전자책 솔루션 업체들이 잇따라 이펍3.0 제작 도구를 내놓고 시장경쟁에 나섰다.
◇읽는 전자책 가고, 보고 느끼는 전자책 온다
이펍(EPUB)3.0은 국제디지털출판포럼(IDPF)이 제정한 전자책 기술 표준이다. 이펍 3.0은 이미지와 텍스트를 중심으로 표현했던 이전 이펍2.0 버전에선 불가능했던 동영상, 애니메이션, 인터랙티브 기능을 가능케한다.
이펍2.0 기반의 전자책은 텍스트와 평면적 그림·사진만으로 이뤄졌지만 이펍3.0 전자책은 독자가 애니메이션이나 동영상을 터치하면 반응하는 입체적인 전자책인 셈이다.
출판계 관계자는 “기존 전자책을 일반 영화에 비유하자면 이펍3.0 기반 전자책은 3D 영화, 나아가 움직임까지 반응하는 4D 영화라 할 수 있다”며 “전자책의 표현력·확장성을 극대화해 전자책 이용인구 확대에도 도움을 줄 진화”라고 설명했다.
◇멀티미디어 경쟁 “이제 시작”
다우인큐브가 `큐브 퍼블리셔2.0` 제작 도구를, 나모인터랙티브가 이펍3.0 기반 전자책 출판 솔루션 `펍트리`를 잇따라 출시한 데 이어 최근 오렌지디지트도 이펍3.0 제작툴로 관련 시장에 가세했다.
오렌지디지트의 `뷰어포터(ViewPorter)`는 일반인도 쉽게 이펍3.0 전자책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다. 오렌지디지트 관계자는 “최대한 많은 일반인이 디지털콘텐츠를 손쉽게 제작할 수 있도록 매우 간단하고 편리한 사용자환경(UI)을 적용했다”며 “뷰어포터는 일반인도 쉽게 만들 수 있는 제작툴로 이번에는 무료 베타 버전을 출시했다”고 말했다.
◇책과 영상콘텐츠의 융합
앞으로 전자책이 창작 영상콘텐츠와 섞이면서 하나의 종합 시청각 창작형태로 발전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멀티미디어 영상 뷰어시장 성장처럼 관련 뷰어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교보문고는 내년 초를 목표로, 네이버도 이펍3.0 뷰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교보문고는 이펍3.0 제작툴과 함께 제작 가이드라인도 함께 배포할 예정이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이펍3.0에는 상당히 많은 기능이 들어가기 때문에 인터랙티브 전자책 기능을 모두 다 구현할 수 있는 쉬운 제작 툴을 내년 초에 선보일 것”이라면서 “가장 안정적인 전자책 제작 툴을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동영상과 음악 등 멀티미디어를 넣을 수 있는 전자책 새 표준 포맷 이펍3.0 지원을 시작했다. 네이버북스 모바일 앱에 이펍3 뷰어 기능을 제공한다. 소설에 동영상 북트레일러, 저자 동영상 인터뷰 등 동영상을 넣을 수 있다.
오렌지디지트 관계자는 “이펍3.0 기반의 전자책은 활자와 동영상, 애니메이션 등이 결합한 종합 콘텐츠란 점에서 책과 영상 콘텐츠의 경계를 허물며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