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노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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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돈 없어 연구 못했다는 소리는 못할껄요.” 최근 만난 초면의 과학자에게 `팍팍한 예산에 어려움이 많으시겠다`며 인사차 건낸 말에 되돌아 온 의외의 답이다.

얼마 전 연구소를 방문한 불가리아 과학기술처 공무원이 `인당 연구비 1억원`이라는 얘기를 듣곤 적잖이 놀라더란 말도 덧붙혔다.

정말 그럴까. 실제로 우리나라 총 연구개발(R&D) 투자는 세계 6위다. 국내총생산(GDP) 대비로는 세계 2위다. 없는 살림에 R&D로 꽤많은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얘기다. 내년에도 국가R&D 예산은 17조원5000억원에 달한다. 올해 대비 6000원억 가량 증액된 액수다.

예산당국이 과학기술에 크게 뜻한 바가 있어 올려준 것 같진 않다. 오히려 `창조경제`라는 정무적 뒷배경이 세수 부족과 복지예산 복마전 속에서도 R&D만은 지켜줬다는 평이 맞다.

그렇다면 이 같은 예산이 효율적으로 쓰이고는 있는 것일까. 이 문제만 제기되면 과기계는 `마중물` 역할을 강조하곤 한다. 설령 허투루 투자되는 돈이 있더라도 전반적인 국가과학기술 발전에는 기여하는 바가 크다는 얘긴데, 이게 설득력이 있으려면 이젠 성과물이 나와줘야 할 시점이다.

환수조치 당하는 국가R&D 사업이 매년 100건 내외다. 기술무역수지는 OECD국가중 늘 최하위권이다. 이런 현실은 국민들의 인내심을 시험케 한다.

노벨상 시즌이 돌아왔다.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물리학상, 화학상 등 노벨과학상 수상자들이 이번 주중 속속 발표된다.

대이변이 없는 한 올해도 한국인 또는 한국계 수상자의 이름은 호명되지 않을 전망이다. 이공계 기피현상, 기초연구 홀대, 연구장비 노후화 등 뻔한 레퍼토리도 대기중이다.

언제쯤이면 노벨과학상 수상자 명단에 한국인이 오를 수 있을까.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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