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오바마케어, IT가 케어 못했다

`오바마케어`로 불리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의료보험 개혁이 정보기술(IT)에서 허술함을 드러냈다. 정책 시행의 핵심 역할인 웹사이트의 근본적 설계가 잘못됐다는 분석이 잇따라 나오면서 IT 강국 간판이 무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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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민들이 36개 주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한 웹사이트(HealthCare.gov) 메인 화면.

7일 로이터는 IT전문가 인터뷰를 갖고 오바마케어 건강보험 거래소 웹사이트(HealthCare.gov)의 구조적 결함이 가진 심각성을 보도했다. 건강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18세 이상 미국인들은 이 사이트에서 내년 3월까지 의무가입해야 한다.

미 연방정부와 주정부는 `건강보험개혁법(Affordable Care Act)` 규정에 맞춰 지난 1일 웹사이트를 열었다. 며칠간 접속 불능 사태가 이어진데 이어 가입·신청 도중 정보가 제대로 뜨지 않거나 막히는 등 오류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미 정부는 웹사이트 오픈 이후 860만명의 사용자가 몰린 탓이라고 설명했지만 로이터 인터뷰 결과 이에 반박하는 전문가 의견이 대다수다. 로이터는 “대부분 전문가들은 단순히 트래픽의 문제가 아니라 문제를 일으킨 시스템의 근본적 구조상 오류를 지적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사용자 계정 생성을 위해 PC에서 지나치게 많은 파일과 소프트웨어를 로딩하도록 만들어졌다고 입을 모았다. 소프트웨어 품질분석 기업 CAST의 빌 커티스 수석개발자는 “작동하지 않도록 잘못 설계됐기 때문에 처리 용량 증가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소프트웨어 구조상 추가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며 엄청난 수정 작업을 요할 것”이라 강조했다. 로이터는 “이 문제라면 정부 관계자들이 말하듯 단순히 서버를 보강하는 조치만으로는 고쳐지지 않을 것”이라 꼬집었다.

웹사이트에 가입을 신청하려면 92개의 별개 파일이 구동돼 사용자의 PC와 서버에 엄청난 과부하를 일으킨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중 56개는 자바스크립트 파일로 사용자의 파일을 웹사이트에 업로드 하지만 기능 자체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매튜 핸콕 웹사이트 디자이너는 “동시에 너무 많은 요청을 불어오게끔 설계됐다”며 “사용자의 PC와 웹사이트 서버간 트래픽이 과도하다”며 “마치 해커가 디도스(DDoS) 공격을 하듯 스스로를 망가뜨리는 시스템”이라 혹평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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