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스타터 모금 진행 중인 손목시계 ‘티커’, 남은 수명 표시

시계를 볼 때마다 남은 수명을 확인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초 단위까지 삶에서 남은 시간을 표시해주는 손목시계가 등장해 화제다. 첨단 기술이 활용되진 않았지만 발상 자체가 독특해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소셜펀딩 사이트 킥스타터에 올라온 ‘티커(Tikker)’는 잔여 수명을 표시해주는 손목시계다. 외관은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디지털 시계와 별 차이가 없다.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표시되는 시각이 세 종류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제일 아래 한 줄을 제외한 나머지 두 줄은 시각표시줄이 아니다. ‘연/월/일’과 ‘시/분/초’라는 설명이 달린 이 두 줄이 바로 남은 수명을 표시하는 ‘수명표시줄’이다.

티커가 남은 수명을 계산하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이용자가 입력한 시간을 단순히 “카운트다운”할 뿐이다. 수동으로 예상 수명을 입력하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남은 수명을 표시해주는 방식이다. 예상 수명은 제품 패키지에 포함된 ‘어바웃 타임(About Time)’이라는 설문 소책자에 이용자가 자신의 건강기록 등을 기입해 계산한다.
당연히 표시되는 예상수명은 첨단 기술로 측정된 정확한 수치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은 삶을 끊임없이 상기시킨다는 데 의의가 있다는 것이 개발자 측의 주장이다. 프레드릭 콜팅(Fredrik Colting) 티커 개발자는 이 기기가 ‘죽음의 시계(death watch)’가 아닌 ‘행복 시계(happiness watch)’라고 설명한다. 시계를 통해 여생을 얼마나 가졌는지(had)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쓸지(do with it)에 대해 생각하자는 것이다.
현대인들에게 이런 주제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죽기 전에 해야 할 일들을 기록하는 ‘버킷 리스트’의 유행도 이런 추세를 반영한다. 고령화·핵가족 사회인 일본에서는 ‘종활(終活 : 슈카츠)’ 산업이 각광을 받고 있다. 화사한 영정사진을 남기는 노인들이 느는가 하면, 다양한 엔딩노트와 보험 상품 등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티커 역시 죽음을 통해 삶을 돌아보고자 하는, 최근의 흐름을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소셜펀딩 사이트 킥스타터에서는 티커 양산을 위한 모금이 한창이다. 9월30일부터 시작해 12월1일까지 진행될 모금은 목표액 25,000달러 중 4,100달러 가량을 채운 상태다. 39달러 이상 후원한 이들은 4월부터 제품을 받아볼 수 있을 전망이다.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트렌드팀
송준영기자 dreamer091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