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스테로이드 화장품 부작용, 쇼핑호스트만의 책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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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홈쇼핑 업체는 인기리에 판매한 미국산 화장품에서 스테로이드가 검출되면서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있다. 스테로이드 성분은 장기간 피부에 사용하면 모낭증을 유발하고 모세혈관을 확장시키며 심하면 피부를 파괴하는 등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어 국내에서는 화장품에 넣는 것을 금하고 있다.

해당 화장품을 사용한 구매자 가운데 부작용을 호소하는 피해자가 속출하면서 판매 방송을 진행한 쇼핑호스트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당시 쇼핑호스트는 “저를 믿고 쓰세요” “밤마다 듬뿍듬뿍 바르고 자면 아침에 대박이다”며 제품을 적극 홍보했다. 네티즌은 스테로이드 성분 검출 소식이 전해지자 쇼핑호스트가 소비자를 현혹하는 발언으로 거짓 방송을 했다며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다. 여론의 뭇매를 맞은 쇼핑호스트는 모든 방송에서 하차하며 자숙하고 있다.

상품 매진이 임박하거나 방송 종료 시간이 다가오면 쇼핑호스트가 시청자에게 구매를 독려하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다. 홈쇼핑 방송 특성 상 한두 시간 정해진 시간 안에 상품 판매량을 극대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판매 욕심이 앞서 과장된 상품 정보를 제공하거나 진위를 확인하기 어려운 개인 체험담을 늘어놓는 쇼핑호스트도 있다. 잘못된 제품 정보로 인한 피해가 오롯이 소비자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망각한 처사다.

시청자에게 왜곡된 정보를 전달한 쇼핑호스트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이번 스테로이드 화장품 부작용 사태는 모든 책임을 쇼핑호스트에게 묻기 어렵다. 상품기획자(MD), 공급협력사, 품질보증 관련 부서 등 수 차례 유통 단계를 거치면서도 사전에 문제점을 파악하지 못한 홈쇼핑 업체의 과실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해당 홈쇼핑 업체는 최근 사과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상품 유통 배경, 피해자 보상 조치, 쇼핑호스트 관련 책임 소재 등을 설명했지만 향후 품질보증 절차를 강화하겠다는 구체적 언급은 없었다. 피해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재발 방지 대책은 제시하지 않은 셈이다. 스테로이드 화장품 부작용에 대한 책임 소재가 과연 누구에게 있는지 생각해봐야 할 때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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