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임직원 77%, 내부비리 보고도 못 본 척

국내 기업 임직원 4명 중 3명 이상이 내부 부정부패 사례를 발견하더라도 이를 보고하지 않을 것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회계·컨설팅 법인 EY가 최근 발표한 `2013 아시아·태평양 부정부패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응답자의 77%는 조직 내 뇌물수수, 부정부패 사례를 알게되더라도 내부제보시스템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비밀 보장이 안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응답자 전체의 81%가 필요하다면 내부제보시스템을 활용할 것이라고 답한 것과 대비된다. 서진석 EY한영 감사본부장은 “2012년 미국공인부정조사관협회(ACFE)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전체기업 내 부정의 43.3%가 직원, 고객, 공급자 등의 제보로 적발됐다”며 “이번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내부 부정부패의 절반가량을 적발할 수 있는 기회를 잃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부정부패를 발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인 내부제보시스템이 제대로 작동 할 수 있도록 우리 기업들이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EY는 윤리적인 비즈니스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경영진과 직원간 양방향 의사소통 채널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영진은 부정부패 방지를 위한 원칙과 의지를 표명하고 직원들은 비윤리적인 행위를 발견했을 때 거리낌 없이 보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뇌물수수, 부정부패 조직 전체가 책임져야할 문제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며, 글로벌 기업의 경우 현지 언어로 만들어진 부패방지 정책과 보고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라고 보고서는 전했다.

한편 이번 설문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48%, 한국 응답자의 86%가 자신이 속한 회사가 부정부패 방지를 위한 원칙과 정책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효과적으로 적용되고 있지 못하다고 답했다. 보고서는 한국,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호주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8개국에서 근무하는 기업의 임직원 681명으로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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