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장비 업계 미일 거대 연합 등장 이유는?…규모의 경제 효과로 비용 줄인다

세계 최대 반도체 제조장비 업체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와 도쿄일렉트론의 합병은 업계 지각변동으로 이어진다. 양사 합병 목적은 규모의 경제를 통한 비용 절감으로 풀이된다. 모바일 혁명으로 18개월마다 반도체 성능이 두 배씩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이 깨지면서 반도체 산업이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게 핵심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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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 데쓰로 도쿄일렉트론 회장(왼쪽)과 게리 디커슨 어플라이드머티리얼 사장이 24일 토쿄 도쿄일렉트론 본사에서 합병을 발표한 후 악수하고 있다.

25일 외신은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와 도쿄일렉트론이 내년 하반기 경영 통합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양사는 네덜란드에 지주회사를 설립한다. 지주회사 시가총액은 290억달러(약 31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회장은 히가시 데쓰로 도쿄일렉트론 회장이, 최고경영자(CEO)는 게리 디커슨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사장이 맡는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산업의 근본적 변화가 두 회사의 합병을 이끌었다고 분석한다. 반도체 제조의 핵심은 동일 칩에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집적하는 데 있다. 모바일 산업 발달로 칩 크기가 더 작아지고 회로 간 간격이 점점 가까워진다.

공정 기술이 복잡해졌고 장비와 제조 가격이 증가했다. 비용은 줄이면서 더 높은 성능의 칩을 제작하려면 필연적으로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다.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는 PC 수요 감소로 실적 부진에 빠졌고 도쿄일렉트론도 최근 30억엔(약 330억원)에 이르는 적자를 냈다. 두 회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평가다.

모바일과 다양한 센서가 확대되면서 무어의 법칙이 통하지 않게 된 것도 합병의 주요 배경이다. 무어의 법칙은 새로운 칩이 더 높은 성능을 내면서 가격을 줄여준다는 사실을 입증하며 수십 년간 전자산업의 혁신을 이끌어왔다. 모바일 기기 사용이 늘면서 데이터센터뿐만 아니라 일반 회사에서도 제작비가 많이 드는 저전력 고성능 칩을 원한다.

사물인터넷 발달로 무선 통신용 고성능 칩 수요도 높아졌다. 전자회로뿐만 아니라 기계 부품에 사용되는 MEMS(미세전자제어기술) 기반 칩이 증가한다. MEMS 칩은 데이터를 처리하고 저장하는 기능을 갖췄다. 기존 반도체 제조장비로는 제조가 어렵다. `시스템 온 칩(SoC)` 흐름도 반도체 산업의 근본적 변화 중 하나다. 칩 하나로 오디오, 비디오, 모뎀 등 각종 장비의 기능을 할 수 있다. 전체 시스템과 반도체 제조 단가도 낮출 수 있다. 회사 규모가 커지면 그래핀 같은 새로운 형태의 칩을 개발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수 있다.

두 회사는 성명서에서 “모바일 혁명은 급격한 환경과 기술 변화를 요구한다”며 “새롭게 탄생할 회사가 모바일 칩과 디스플레이 분야 고객 요구를 충족시키는 비용 효율적인 고성능 제조장비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국내 장비업계 입장에서도 관심사다. 다만 틈새시장을 공략해 온 국내 장비 기업의 입지를 놓고 봤을 때, 당장 큰 영향이 끼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다수 국내 장비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들과 필수 장비를 두고 경쟁하기 보다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우거나 틈새시장 장비를 공급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에는 이들의 합병이 높은 장벽이다.

장비 수요기업인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업들은 경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두 기업의 제품은 대부분 필수 장비다. 디스플레이 라인의 경우 장비 투자 금액의 30%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당장은 묶음 구매로 가격 협상을 할 수 있겠지만, 향후에는 한 기업에 대한 종속도가 심해지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최리노 PD는 “좀 더 면밀히 분석해봐야겠지만 국내 장비업체들의 위치를 놓고 봤을 때 단기적으로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종속성을 걱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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