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제일모직, `제2의 반도체·LCD 신화` 창조하길

직물은 제일모직이 1954년 창업과 함께 시작한 사업이다. 이 회사는 이후 패션, 화학, 전자재료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소재는 이미 주력 사업이 됐다. 모직과 패션 사업 비중이 낮아졌다고 하지만 모태 사업이다. 회사명에 그대로 쓸 정도로 상징성이 큰 사업을 삼성에버랜드에 넘겼다. 기술 산업계가 곱씹어볼 게 많은 소식이다.

기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끊임없이 변신해야 한다. 아무리 모태 사업이라도 미래 사업 방향과 맞지 않거나 시너지를 내지 못하면 과감하게 접을 줄 알아야 한다. 설령 주력 사업일지라도 그렇다. 이런 결단은 삼성처럼 관계사가 많은 그룹이기에 가능하지만 기업, 특히 빠른 경영 환경 변화에 노출된 기술 기업엔 모두 해당한다. 늘 탈바꿈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제일모직뿐만 아니라 이미 디스플레이란 주력 사업을 접고 에너지란 신사업에 올인한 삼성SDI를 새삼 다시 볼 일이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디스플레이를 비롯한 전자부품 강국이다. 우리 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쥐고 흔든다. 하지만 소재 분야에선 아직 이 정도 기업을 배출하지 못했다. 독일과 일본 기업 독무대다. 소재 산업은 제조강국 독일은 물론이고 `잃어버린 10년`을 겪은 일본을 버티게 한 원동력이다. 진입 장벽도 매우 높다. 몇 십 년에 걸쳐 천문학적인 투자를 해도 쉽사리 메이저 기업이 되기 어렵다.

제일모직이 직물 사업 매각을 계기로 첨단 소재 사업에 투자를 집중해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하니 반가울 따름이다. `우리나라에도 독일 머크와 같은 글로벌 소재 기업이 있다면` 하며 아쉬워하던 참이다. 제일모직이 소재 분야에서 LG화학과 함께 쌍을 이뤄 `제2의 반도체·LCD 신화`를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나라 반도체·LCD 산업도 처음엔 불모의 땅에서 출발했다. 불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뚜벅뚜벅 투자해 겨우 거둔 성공이다. 소재는 반도체·LCD보다 더 고된 사업이다. 글로벌 소재기업으로 성장한 우리 기업이 있다는 것은 우리 전자산업이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가 된다는 얘기다. 제일모직의 성공적 탈바꿈을 응원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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