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다. 올해 여름은 특히 아슬아슬했다. 계획예방정비 기간이 아님에도 부품 성적서 위조사건으로 멈춰선 원자력발전 때문에 전력수급이 빠듯했다.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전력공급이 부족해 순환정전이 아니라 블랙아웃을 경험할 뻔 했다. 정부의 강력한 절전 정책과 출력 100%를 초과한 발전소 가동, 산업계 절전, 에너절약 운동에 동참한 국민이 없었으면 2년 전 맛봤던 악몽보다 끔직한 상황이 연출될 뻔 했다. 우리 국민은 어려울 때 하나 된 힘을 발휘하는 저력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지난 15일로 9·15 순환정전 2년을 맞았다. 2년 전 순환정전 직후 정부는 `다시는 순환정전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순환정전 사태 관련 재발방지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2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에너지절약을 강조한다. 대책은 세웠지만 2년 정도로는 발전소를 새로 지을 수 없었다. 발전용량이 빠듯하다보니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기업과 국민에게 에너지 사용을 줄여줄 것을 호소하는 일 뿐이었다. 9·15 순환정전 이후 전력당국의 대응과 기관별 업무협조는 강화됐지만 전력공급 측면에서는 2년 전이나 지금이나 나아진 게 없다. 올해 말과 내년 초에 새 원전을 가동한다고 하지만 송전선로 용량이 문제다. 다행스럽게도 밀양 송전탑 건설 문제가 해결 국면에 접어들어 내년 여름부터는 전력수급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이것도 송전탑 건설이 제 때 마무리되고 새 원전이 계획대로 돌아가 줘야 가능한 일이다.
사실 지난여름은 수요관리가 돋보였다. 지난해보다 예산을 적게 쓰고도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수요관리 덕분에 큰 무리 없이 여름을 날 수 있었다. 해마다 반복되는 에너지 수급 걱정을 없애려면 발전소를 70~80%만 가동하면서도 충분한 예비전력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당장 충분한 전력공급원을 갖추지 못한 환경에서는 수요관리 대책이 최선이다.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에너지관리시스템(EMS), 스마트그리드 등을 연계한 에너지 수요관리대책이 필요하다. 2년 전 9·15 악몽의 그림자를 떨쳐 내려면 빅데이터를 분석해 수요·공급 간 균형을 맞추는 수요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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