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사고가 터진 후 국내 식료품 시장에 기이한 현상이 나타났다.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 미역·다시마 판매량이 10배가량 증가한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흘러나온 방사능 물질에 면역효과가 있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일본 현지에서 수입 거래 요청이 폭주하기도 했다.
미역·다시마·톳 등은 사람이 많이 먹는 갈조류 해초다. 갈조류 세포막은 다당류의 일종인 알긴산이 만들어진다. 당알코올을 함유하고 있어 미역이나 다시마를 말리면 표면에 하얀 가루가 생긴다.
해조류는 생긴 모양과 광합성 산물, 색소 종류로 구분한다. 해조류는 엽록소가 광합성 작용을 하지만 다른 보조색을 가진 경우가 많다. 파래 같은 녹조류는 엽록소가 주를 이루지만, 미역·다시마는 갈색, 김·우뭇가사리는 붉은 색소가 많아 각각 갈조류, 홍조류로 부른다.
#한국노화학회 세미나에서는 미역·다시마에 들어있는 알긴산이 체내 유해물질을 분해하고 노폐물을 배출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전문가 의견이 발표됐다. 알긴산은 유해 중금속과 방사선, 핵종이 체내에 흡수되는 것을 막아준다. 스트론륨(Sr)과 세슘(Cs)이 체내 흡수되는 것을 억제하는 효과가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미역·다시마 매출이 급증한 이유다. 해조류에 함유된 아이오딘(iodin)도 방사능으로 인한 갑상선암을 예방할 수 있다.
실제로 해조류를 잘 먹지 않는 국가에서는 방사능 예방과 치료 목적으로 아이오딘 등 성분을 함유한 건강보조식품을 판매한다. 원전사고 당시 우리나라에서도 아이오딘 함유 약이 주목받기도 했는데, 성분 함유량이 적어 방사능 예방에 큰 도움은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 의견이다. 우리나라는 해조류 음식을 많이 먹기 때문에 외국인에 비해 혈중 아이오딘 수치가 3배 이상 높다고 한다. 이 상태서 아이오딘이 함유된 약을 치료 목적으로 복용하면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갈조류는 중성지방과 콜레스테롤을 몸 밖으로 빼낸다. 동물심험 결과 알긴산을 투여하면 대조군에 비해 22.2% 콜레스테롤 억제효과와 20% 중성지방 분해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갈조류는 칼슘 흡수 효율이 높다. 우리 몸은 음식에 들어있는 칼슘을 모두 흡수하지 못한다. 우유나 멸치가 칼슘 식품의 대명사로 불리지만 함유량의 절반도 흡수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갈조류는 칼슘이 위나 장벽을 직접 통과해 혈액으로 흘러가는 작용을 돕는다.
#갈조류가 단순히 식품으로 관심 받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에 있는 `바이오아키텍처랩` 연구진은 `갈조류를 소화해 에탄올을 생성하는 단백질을 개발한 연구 성과`를 사이언스지에 발표했다. 갈조류에서 바이오 에너지를 생산하는 기술을 한층 끌어올린 것이다.
갈조류뿐 아니라 홍조류, 녹조류 등 해조류는 네 가지 당인 라미나린, 만니톨, 알지네이트, 셀룰로오스를 만든다. 갈조류가 생성하는 알지네이트는 미생물을 이용해 분해하기 까다로운 다당류다. 요시쿠니 바이오아키텍처랩 박사는 “연구진이 갈조류를 바이오에너지 공급원으로 만들기 위해서 알지네이트 분해라는 난제를 먼저 해결해야 했다”며 “알지네이트를 분해할 수 있는 해양 미생물을 물색한 끝에 `비브리오 스플렌디더스`라는 세균을 이용해 분해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추출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분해 유전자를 이식한 대장균이 알지네이트를 단당류로 분해하고 유전자 조작으로 단당류를 에탄올로 전환시키는 공정을 개발했다.
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해조류 생산량 가운데 70%가 갈조류다. 우리 해양 환경이 갈조류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수산과학원에서는 갈조류에서 자동차 연료용 바이오에탄올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 상용화 연구에 한창이다. 현재 기술로는 갈조류 1톤에서 바이오 에탄올 23ℓ를 생산할 수 있다. 수산과학원에서는 올해까지 갈조류 1톤에서 바이오 에탄올 50ℓ 생산을 목표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수산과학원은 "우리나라 바다는 면적이 육지 면적의 4.5배나 돼 해조류 생산에 매우 유리한 조건"이라며 "추가 기술개발로 해조류 바이오에너지산업을 미래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육성하면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