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후공정 업계, 신시장 찾아나섰다!

국내 반도체 패키지 후공정 업체들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 일변도에서 벗어난 신시장 찾기에 주력하고 있다. 이들 주요 고객사가 내장형멀티미디어카드(eMMC)나 고용량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용 낸드플래시 메모리 패키지를 자체 제조하는데다 실리콘관통전극(TSV) 패키지는 외산 업체들에게 넘어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영업망을 다변화하거나 신사업에 도전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시그네틱스·하나마이크론·STS반도체통신 등 국내 메모리 반도체와 협력하던 패키지 업체들이 최근 사업 다각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시그네틱스는 삼성전자 메모리 패키지를 주로 제조하던 업체에서 수출 중심 회사로 변하는데 성공했다. 와이파이 등 무선통신 반도체 1위 업체인 브로드컴 물량을 늘리고 있다. 모바일 기기용 반도체에 주로 쓰이는 고부가가치 패키지인 플립칩(FC) 비중도 함께 늘어났다. 김정일 시그네틱스 사장은 “스마트폰 시장 정체 때문에 전체 패키지 물량 성장세가 주춤하지만 브로드컴 영업은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마이크론은 올해부터 SK하이닉스의 패키지 물량을 늘리고 있다. 이 회사는 삼성전자 반도체 기획관리본부장으로 재직했던 최창호 사장이 퇴임한 뒤 설립한 회사로 삼성전자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해 왔지만 고객사 다변화에 나선 것이다. 메모리 업계 가동률이 높아진 것과 더불어 SK하이닉스 비중이 대폭 늘었다.

삼성전자 메모리·비메모리 반도체 패키지를 주력 사업으로 영위하던 STS반도체통신은 자회사 BKE&T를 통해 터치스크린패널(TSP) 사업에 진출했다. 소형 LCD 디스플레이 모듈 라인을 TSP 라인으로 변경하고 중국 등에서 양산할 계획이다. 주요 공략 대상은 중국 스마트폰·스마트패드 업체다. 보광그룹 계열사로 지금까지는 삼성 위주 영업을 해 왔지만 해외에서 고객사를 찾아 사업을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후공정 업계가 신시장 찾기에 나선 것은 국내 소자 업체들이 프리미엄 메모리 위주로 생산하면서 자체 패키지 비중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외주를 맡기는 보급형(코모디티) 물량으로는 수익성도 떨어진다. TSV 등 신기술 개발이나 설비 투자에도 무리가 따른다. 국내 팹리스 업계 고객이 늘지 않는 것도 한 이유다. 최근 팹리스 업체 숫자는 170~180여개에서 정체돼 있고 1000억원 이상 규모가 큰 회사도 손에 꼽을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 후공정 업계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외주 물량만 받아도 성장이 가능했지만 수익률이 낮아지고 글로벌 업체들도 국내 영업을 강화하면서 입지가 좁아지는 게 사실”이라며 “해외 시장에서 발빠르게 대응하면 사업 다각화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 봤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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