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사(碩士)는 원래 벼슬이 없는 선비를 높여 이르던 말이었다. 지금은 해당 전공 분야의 지식을 4년 동안 폭넓게 공부하면서 습득한 다음,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전공 분야 중 특정 부분을 파고들어 학위 논문을 쓰면 석사가 된다.
문제는 석사 학위를 취득하기 위해 대학원 과정부터 전공 분야의 특정 관심 부분만 파고들면서 답답한 편협성이 생긴다는 점이다. 석사 과정 처음부터 전공을 깊이 파는 공부를 시작하고, 해당 전공 안에서도 몇 개의 세부 전공으로 나눠 학위 논문을 쓰고 졸업한다. 그런데 이 시점은 자신의 세부 전공을 깊이 파고 든 것도 아니고, 다른 전공을 폭넓게 공부한 것도 어정쩡한 상태다. `들은 적은 있으나 설명할 수 없다`는 학사와는 다르게 `이제 뭘 모르는지 알 것 같다`는 수준이 석사다. 그나마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를 알 수 있는 단계의 깨달음은 대단한 수준이다. 모든 것을 알 것 같지만 설명할 수 없는 학사와 비교해볼 때 자신의 무지를 조금이나마 깨달은 석사는 앎의 수준이 질적으로 향상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만족할만한 깊이에 다다르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주변 분야에 대해서도 폭넓은 시각을 갖고 있지 못한 상태에서 석사학위를 받는다. 석사가 석학의 길로 들어서기 위해서는 자기 전공에 대한 남다른 깊이와 더불어 다른 전공에 대해서도 열린 마음으로 다름과 차이를 인정할 수 있어야한다. 또 내 전공과 접목해서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 영역을 부지런히 탐구해야 한다.
석학(碩學)은 해당 분야의 해박한 식견과 안목은 물론 자기 전공 분야 이외에도 폭넓은 지식을 습득해 깊이와 동시에 전체를 바라보는 통찰력이 뛰어난 사람을 지칭한다. 과연 석학의 석자를 동일하게 사용하는 석사도 그런 정도의 통찰력을 지닌 전문가인가? 물음을 던져본다면 의문의 여지가 많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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