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창조의 개념을 깊이 생각하게 된다. 고정 관념을 타파한 창조적 방법을 생각하기도 하고 정보기술(IT)과 과학기술을 이용한 창의적 사업도 생각한다. 그러나 한편 창조가 필요 없던 적이 없고, 창조적이지 않아도 되는 산업이 없다는 사실을 또한 상기하게도 된다. 그러므로 창조 개념의 장점을 살리는 만큼, 한계를 분별하는 것이 필요하다. 창조라는 분위기에 휩쓸려 지속해야 할 것조차 중단하는 과오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과불유급이라 했던가. 무엇이나 지나친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법칙이 여기에서도 적용된다.
국가 발전을 위해서는 정책의 지속성과 창조적 변화의 역동성이 조화를 이룰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경제발전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지속할 때 이뤄졌다. 중국이 과거 우리처럼 5개년 계획을 유지하면서 무서운 속도로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대통령의 임기에 따라 5년 단위로 단절된 국가가 된 듯하다. 물론 고정관념을 깨는 새로운 시각을 발굴하는 장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전 정부와 달라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정부마다 새로운 구호에 집착하게 된다. 경제성장·기술개발·에너지정책·기후변화 대책 등과 같은 문제는 정부 차별화보다 지속성이 더 중요한데도 말이다.
5년 전 신성장동력 기획에 민간위원으로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창의적인 구상이 발굴됐지만, 또한 많은 내용은 이전 정부에서 차세대 성장동력이라는 이름으로 수립한 내용을 개편해 수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연구개발의 지속성이란 본질 때문이다. 현 정부는 창조경제라는 개념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5년 후에는 무슨 이름으로 성장동력을 찾아야 할까.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이란 동일한 해답은 언제나 찾아야 하는 근본적인 숙제다. 이런 지속성 위에 창조를 인식할 때 더 장기적인 계획이 수립되지 않을까.
이번 G20 정상회의 보도에 녹색성장 지속에 관한 합의가 포함됐다. 녹색성장은 기후변화와 에너지의 고갈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경제성장을 유지하고자 하는 인류적 문제이니 국제 공동 관심사인 것은 당연하고, 우리나라 장래를 위해서도 지속해야 할 사업이다. 그러므로 지난 정부 사업으로 제한할 성격이 아니다. 5년 후에 창조경제의 필요가 없어지겠는가. 이 또한 계승해야 할 유산 아닌가.
2015년이면 새로운 탄소배출 규제에 관한 세계적 합의가 이뤄진다. 대외적으로 공약한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피할 수 없다. 그런데 산업계는 이번 정부가 온실가스 규제를 하지 않을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갑자기 규제가 시작되면 기업은 탄소저감을 위해 더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되는 만큼 지속성 있는 정책의지를 보여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동에는 새로운 왕이 즉위하면 그 이름을 따 새로운 대학교를 설립한다. 그러니 지속성 있게 투자되는 세계적인 대학이 나오기 어렵다. 우리나라도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선거철 마다 지역 과학기술원 설립이 공약사업으로 나온다. 세계 최고의 과학기술원을 이루는 것보다 지역구의 발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십분의 일 규모인 싱가포르는 선택과 집중으로 우리보다 앞선 대학을 만들어냈다. 싱가포르는 플라톤이 말하는 철인정치가 국민적 공감을 얻었기 때문에 이 같은 성과가 가능했을까.
나는 민주주의보다 좋은 정치체계가 없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그러나 또한 선거 제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철인 같은 지도자에 의해 방향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필요성도 절감한다. 온고이지신으로 지속할 것은 계승해 장기적 안목의 창조가 열매 맺는 계절이 되기를 바라며, 해묵은 나무에 달린 잘 익은 사과를 바라본다.
이재규 KAIST 경영대학 교수 jklee@business.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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