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유학하던 때였어요. 피카소 얼굴이 전부인 거리 광고판을 우연히 보았죠. 애플 로고는 조그맣게 달려있었고 슬로건인 싱크 디퍼런트도 로고 밑에 조그만 활자였습니다. 이 광고를 보고 창의적인 피카소 이미지가 떠올랐고, 그 이미지는 바로 애플사로 전이되었습니다.”
TBWA코리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웅현의 책 중 한 구절이다.
`싱크 디퍼런트(Think Different)`는 세계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광고카피다. 더 이상의 군더더기가 없는, 보는 사람들이 충분히 애플의 이미지를 상상해 볼 수 있는 광고다.
`다르게 생각하라.` 영어 싱크 디퍼런트를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디퍼런트리(differently)가 맞다. 그러나 이 광고를 만든 사람은 디퍼런트를 형용사가 아닌 명사로 읽어주기를 바랐다. 마치 `싱크 옐로`나 `싱크 체인지`처럼….
애플이 전달하려 했던 메시지는 그래서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가 아닌 `무엇에 관하여 생각할 것인가`였다.
이런 애플의 생각은 매킨토시PC 이후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 혁신제품으로 이어진다.
싱크 디퍼런트에는 또 다른 숨겨진 의도도 있다.
노트북은 싱크패드이고 모니터는 싱크비전, 서비스는 싱크서비스였던 IBM사의 오래된 슬로건 `싱크`와 다른 매킨토시를 강조하고 싶었던 것이다. 싱크 디퍼런트 광고가 시작될 때만 해도 아직 PC는 IBM 호환기종이었고, IBM은 싱크였다.
애플이 신제품을 공개했다. 캘리포니아 현지시각 10일 쿠퍼티노 본사에서 아이폰5S와 보급형 아이폰5C를 선보였다.
그런데 분위기는 예전만 못한 것 같다. 잡스 사후 혁신이 사라졌다는 평가다. 발표회장은 `찬탄`이 아닌 `개탄`이 장악했다는 외신도 있다.
피카소의 모습에서 보여졌던 창의적인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애플의 싱크 디퍼런트. `생각이 달라진 모습`이 변심한 애인 같아 아쉽다.
조성묵기자 csmook@etnews.com